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대행인 송수근 1차관과 간부들이 1월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정농단 세력들이 활개 쳤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새 정부 출범 뒤 해체 수준의 개편 과정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문화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순실·차은택씨가 이권 놀음을 하며 운영을 주물렀던 체육·관광 기능을 따로 떼어내거나, 외청인 문화재청을 흡수통합해 문화부로 재편하자는 안 등이 이미 정치권이나 문화계에서 떠돌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설문에 응한 각 후보 진영은 문체부 조직 개편 문제에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와 복안은 있으나,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대선 국면에서는 노출하지 않고 새 정부 출범 뒤 공론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 쪽은 “대선 뒤 논의하겠다”고만 밝혔다. 안철수 후보 쪽은 “체육청·관광청 신설 의견이 있지만, 여러 이견이 있어 민주적인 협치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시간을 갖고 판단하려 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 쪽은 “행정적 분리나 유지로 논의되는 건 근본적 개혁을 피해가고자 하는 수단일 것 같다. 이런 논의에 앞서 부역자들의 확실한 처벌 등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지난 1월1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정부조직 개편 토론회에서는 문체부를 문화부와 공보처, 관광청으로 재편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체부 안에서는 예산 배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체육·관광 기능을 떼어내면 부처의 실질적인 위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관 권한대행인 송수근 1차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순수 문화예술 영역 중심으로 부처를 개편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체육·관광 기능의 분리를 전제로 한 개편안은 정부 안에서 부처의 협상력과 권한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사실 요즘 문체부에서는 조직 개편보다, 국정농단 ‘내부 부역자’ 처리 등 인적 청산 문제가 더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민주당)은 “문체부 간부들이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직원들과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었는데, 하부 직원들이 ‘위에서 시켜서 억지로 블랙리스트 관련 일을 해야 했던 우리한테는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따져묻는 등 분위기가 냉랭했다는 내부 전언을 들었다”며 “인적 청산과 조직 개편 문제가 맞물려 당분간 상당한 진통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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