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촛불의 현장은 언론이나 전문 기록가들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선으로 기록되었다. 진로, 취업 등으로 고민 많은 이십대 대학생들도 그 현장의 중심에서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는 데 앞장섰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높은 곳에서 장노출로 촬영하여 촛불 행진의 흐름을 묘사한 정병혁(중부대)씨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가 2017년 ‘제4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대상을 받았다. 모두 302점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에는 촛불집회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띄게 많았다. 5개 수상작에서 3점, 전체 전시작에서 5점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록된 사진이다. 2016년의 대표적 현장이 촛불집회였음을 드러낸 결과다.
최우수상은 홍윤기(상명대)의 ‘뭉크의 절규’가 받았고, 김현준(중앙대)의 ‘태극기를 든 아이’, 한지현(한동대)의 ‘닮다’, 김용환(한국외대)의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은 우수상을 받았다. 그밖에도 21점이 전시작으로 선정됐다.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주최한 2017년 ‘제4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의 수상작 5점과 전시작 21점은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전시된다. (02)736-6669.
심사위원장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심사평을 통해 “사회를 관찰하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강의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앵글에 반영한 사회적 현실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또한 캠퍼스에서는 정의와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생들이자 가정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이번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에 응모된 많은 사진에는 대학생들의 그처럼 다양한 모습과 생각이 잘 담겨 있다”고 총평했다.
대상 수상작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에 대해 심사위원 중 한명인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은 “사진에 담긴 장면을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접근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사선 구도에 저속 셔터를 가미해 촛불의 역동적인 모습을 완성도 있게 표현했다”고 평했다. 대상 수상자 정병혁씨는 수상 소감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촛불집회 사진들이 나왔고, 나도 그 기록자들 중 한 명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동안 말없이 노력했던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상작들 중에는 널리 알려진 예술작품이나 신화, 역사적 순간 등에서 탄생한 도상(icon)을 응용해 심미적 가치를 강조한 사진이 여럿 보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뭉크의 절규’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소리치는 여성을 찍은 사진인데,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그린 ‘절규’라는 그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들에 대해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줬다”(‘닮다’-박지수 심사위원), “긴 여운을 남긴다(‘태극기를 든 아이’-박지수 심사위원), “사회적 빈곤은 젊은 그들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민낯이자 아픔(‘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최경진 심사위원장)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강재훈 <한겨레> 사진부문 선임기자는 앞으로 송건호 대학사진상에 응모할 이들에게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이야기와 꿈이 가슴에 훅 하고 전해질 수 있는 구성력과 통찰이 느껴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 장의 사진을 찍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가가 중요하다. 사진 속 이야기는 결국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과 태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제4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이즈’에서 열려 이해동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맨 왼쪽)과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맨 오른쪽)이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 이사장, 수상자 정병혁(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씨, 김흥문(김현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리 수상)씨, 홍윤기(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씨, 한지현(한동대 시각디자인학과)씨, 김용환(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씨, 김 편집인. 김성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