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에 힘입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는 단지 정치세력의 교체가 아니라 ‘시대의 전환’이란 거대한 뜻이 담겼다. 계간 <창작과비평>은 22일 발간하는 2017년 여름호에서 ‘문재인 정부와 시대전환’이라는 기획을 싣고, 시대전환을 위해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짚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가 쓴 ‘새 정부가 시대전환에 이바지하려면’은 기획의 총론 성격을 지녔다. 이 교수는 “새 정부가 전국적·세대적으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아 당선됐고, 사회적으로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이 존재하며,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 정부의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여소야대의 의회, 41%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득표율, 변화의 열망을 모아갈 핵심 의제의 부재” 등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협력적 거버넌스’(협치)라고 제시했다.
다만 “빠른 변화에 대한 갈망과 협치의 필요가 상충하기 쉽고, 한국의 정치제도가 협치에 매우 불리하다”는 어려움이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정책 합의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인사 몇몇을 내각에 참여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큰 틀에서의 정책협약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정책협약의 내용으로는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 개혁, 복지 강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증세 등을 제시했다. 또 시민사회가 실질적인 협치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제 분야의 과제를 짚었다. 그는 ‘87년 체제’를 새롭게 정비해 ‘17년 체제’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술개발 친화적인 체제”를 ‘17년 체제’의 첫 번째 실천 과제로 꼽았다. 기술 발전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기되는 일자리 축소 위협 등은 “인적 자본의 축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일종의 ‘노동친화적 성장정책’인 셈이다. 또 세대간 통합을 위해 “사회적 공동체”의 구축을 장려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소득세·법인세를 일부 감면해주는 등 생산친화적·세대친화적 조세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과제를 다룬 정현곤 세교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포용정책을 통해 ‘교류협력’이 ‘남북연합’으로 전환되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고, 되레 ‘남북연합’에서 ‘교류협력’으로 가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체제공존형 평화체제’로서의 ‘남북연합’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이번 <창작과비평>은 1987년 6·10 민주화항쟁 3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지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촛불이 바꾼 것과 바꿔야 할 것’이란 제목의 ‘현장’ 기고를 실었는데, 여기서 “‘촛불시민혁명’이 ‘시민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꾸는 등의 정치개혁, 불평등 해소를 전제로 하는 경제민주화, 민주주의를 일상화하는 ‘일상의 정치’ 등을 촛불 이후의 과제로 제시했다. 또 “정당 간 연정과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핵심으로 삼는 ‘촛불공동정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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