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사연많은 근대 저택 ‘딜쿠샤’ 등록문화재 된다

등록 2017-05-29 11:39수정 2017-05-29 20:20

제암리 학살 알린 미국기자가 23년 건립
한국전쟁 뒤엔 피난민들의 보금자리로
지난해 서울시-문화재청 원형복원 합의
올해로 건립 94년째를 맞는 서울 행촌동 딜쿠샤의 현재 모습. 한국전쟁 뒤에는 피난민들이 무단점유해 들어왔고, 지금도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올해로 건립 94년째를 맞는 서울 행촌동 딜쿠샤의 현재 모습. 한국전쟁 뒤에는 피난민들이 무단점유해 들어왔고, 지금도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1919년 3·1 운동 당시 일제의 수원 제암리 학살 사건을 전 세계 언론에 처음 알린 이는 미국 기자였다. 당시 미국 유피에이(UPA) 통신사(UPI의 전신) 조선 특파원으로 와있던 앨버트 테일러(1875∼1948)였다. 그는 일제 강압에 짓눌린 조선인의 처지에 공감해 20년 이상 조선에서 살며 곳곳을 취재했던 지한파 언론인이었다. 이런 이력을 지닌 앨버트가 1923년 서울에 손수 지은 양식 저택 ‘딜쿠샤’가 등록문화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29일 서울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 건물을 문화재로 등록예고했다고 발표했다. 건물의 주인이었던 앨버트가 1942년 일제의 강압으로 조선을 떠난 지 75년 만에 그의 자취를 기억하는 공식문화유산으로 등극하는 셈이다.

딜쿠샤를 1923년 건립한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 1919년 일제군경이 자행한 수원 제암리 교회 학살사건을 세계에 가장 먼저 타전한 외국기자였다. 그는 딜쿠샤에 42년까지 살다 일제의 강압으로 조선을 떠나게 된다.
딜쿠샤를 1923년 건립한 미국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 1919년 일제군경이 자행한 수원 제암리 교회 학살사건을 세계에 가장 먼저 타전한 외국기자였다. 그는 딜쿠샤에 42년까지 살다 일제의 강압으로 조선을 떠나게 된다.
서울 딜쿠샤는 앨버트가 1923년 건립해 강제추방당한 1942년까지 약 20년간 가족과 함께 살았던 붉은 벽돌 가옥이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총면적 624㎡(188평)에 이르는 사각형 평면의 장중한 얼개를 하고 있다. 딜쿠샤(DILKUSHA)는 저택 초석에 새겨진 건물 별칭.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따온 힌디말로, ‘이상향’, ‘기쁨’ 등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딜쿠샤는 주인 테일러가 세상을 떠난 뒤 한동안 비어 있다가, 한국전쟁 뒤 무단점유해 들어온 피난민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1960년대 국유재산이 됐지만, 지금도 서민들이 무단거주하고 있다. 2000년대초 건축사 도시사연구자들을 통해 건축적 가치와 역사적 내력이 알려진 뒤 문화재로 보존해야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이에 지난해 2월 서울시와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등은 딜쿠샤를 원형복원해 2019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주민이전 협상과 건물 안전 보강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1967년 지어진 모더니즘 스타일의 관공서 건물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로 ‘경기도청사 구관’과 ‘경기도지사 구 관사’, 조각가 김세중이 1954년 만든 대표작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석고상, 김세중기념사업회 소장)도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1.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2.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환갑의 데미 무어, 젊음과 아름다움을 폭력적으로 갈망하다 3.

환갑의 데미 무어, 젊음과 아름다움을 폭력적으로 갈망하다

‘정부 대변인’ 유인촌 “계엄 전부터 탄핵 탓 국정 어려워”…계엄 합리화 4.

‘정부 대변인’ 유인촌 “계엄 전부터 탄핵 탓 국정 어려워”…계엄 합리화

“내가 정치인이냐? 내가 왜?”… 임영웅 소속사는 아직 침묵 중 5.

“내가 정치인이냐? 내가 왜?”… 임영웅 소속사는 아직 침묵 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