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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더이상 안쓴다

등록 2017-06-29 09:37수정 2017-06-29 22:32

문체부 최근 사용중단 결정
“국민적 공감 신뢰 낮아 정책효과 기대 어렵다”
지난해 7월 발표 직후 ‘프랑스 로고’ 베꼈다 의혹 증폭
국정농단 주역 차은택 회사와 사업 연관돼 이익 몰아준 정황도 드러나
”새 국가브랜드 만들 생각은 없다”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포스터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포스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확정한 새 국가브랜드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더 이상 쓰지않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슬로건이 외국 디자인 표절 의혹 등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했고,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외부 평가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크리에이티브코리아’는 지난해 7월 문체부가 1년여간의 작업 끝에 발표했다. 당시 문체부는 국민이 생각하는 전통과 현대, 유·무형 자산에 담긴 핵심 가치를 모은 새 국가브랜드 사업의 결과물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태극기의 빨강·파랑색, 건곤감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애초 이 사업은 광복 70돌이던 2015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의견을 반영한 국가상징이미지를 외국에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문체부는 이후 각계 전문가들로 국가브랜드 개발 추진단을 꾸려 아이디어 공모와 국외 한국 이미지 조사 등을 벌였고, 3만999건의 공모 작품과 127만여건의 ‘한국다움’에 대한 열쇳말을 모아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창의’, ‘열정’, ‘화합’ 3가지가 도출됐고,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Creative Korea’로 브랜드 이미지를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쪽은 당시 “선진국들은 나라마다 대부분 연상되는 국가 이미지들이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들이 추진 배경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랏돈 35억원이 들어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발표 이틀만에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홍보위원장)은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프랑스의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베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광고·홍보 전문가 출신인 손 의원이 프랑스 쪽 로고를 한국 것과 비교해 보여주며 “새 국가 브랜드 글자의 ‘크리에이티브’와 ‘코리아’ 의 빨강과 파란색은 프랑스 국기색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손 의원은 당시 “(보통 이런 공모전을 심사할 경우) 전문가들은 유사한 것이 없는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보게 하는데도,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제가 디자이너인 게 부끄럽고 이를 최종 결정했을 대통령도 부끄럽다.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쓴다는데 당장 내리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야권에서 ‘국가 망신’이라며 국회에서 책임을 따지겠다고 쟁점화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사업의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고 해명에 나섰다. 프랑스 쪽과 로고 색상에 유사한 점이 있지만, 태극의 ‘빨강과 파랑’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시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문체부 쪽은 “앞서 전문가들과 프랑스 쪽 로고와의 유사성을 검토했다. 프랑스 로고는 자국의 창의성을 부각한 글로벌 비즈니스 캠페인 슬로건이었지만, 이번에 나온 국가브랜드 로고는 국민 의견을 모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정해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문체부 해명은 별다른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디자인계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의 비슷한 브랜드 상징물들을 사전에 제대로 비교 검증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며 표절 의혹을 자초했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표절 의혹에 이어 지난해 가을 최순실·차은택 국정농단 사태가 표면화하면서 국가브랜드 사업 이면에 도사린 이권 거래의 실체도 드러났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개발, 홍보하는 국가 브랜드 사업의 일감 일부가 차은택씨가 실소유주로 운영을 주도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플레이그라운드)와 연관된 업체들에게 돌아간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춘숙 민주당의원이 조달청에서 받은 용역계약 내용을 입수해 살펴보니, 차 감독과 연줄이 닿는 행사 대행 업체인 ‘크리에이티브 아레나’가 2015년 연말 문체부와 ‘국가브랜드 공모전 심사 온라인 홍보 용역’ 계약을, 지난해 3월엔 ‘국가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 계약을 잇따라 맺은 것으로 나왔다. 계약은 각각 1885만원과 1900만원에 체결됐는데,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업체 대표는 차씨의 측근 김홍탁 전 플레이그라운드 대표가 차린 광고회사 사내이사 출신이었다. 나랏돈이 새 국가브랜드사업을 통해 차은택의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간 셈이다.

프랑스 관광로고 디자인을 베꼈다는 표절시비와 차은택 인맥의 이권 챙기기 무대가 됐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싸늘한 눈길 속에 천덕꾸러기 처지가 됐다. 국정농단사태 이후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도종환 장관 취임 뒤 문체부는 사업을 공식적으로 접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로고 사용 중단을 발표하면서, “새 국가브랜드 슬로건 개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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