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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가짜뉴스와 싸우는 법

등록 2017-06-30 17:05

남아공 더반 세계편집인포럼 참관기 2

가짜뉴스 분석과 대응전략 발표 이어져
“팩트체킹보다 신속한 색출이 더 중요”
“소셜미디어팀 중심으로 대처능력 키워야”
“구글도 알고리듬 개발 통해 대응 노력”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에서 미국언론연구소(API)의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이 가짜 뉴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제공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에서 미국언론연구소(API)의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이 가짜 뉴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제공
지난 7~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는 세계적 현상이 된 ‘가짜 뉴스’가 주목의 대상이 됐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이 언론의 새로운 영역이 됐으며, 이에 맞춰 언론의 역할도 바뀌고 전문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80개 언론사·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비영리기구인 ‘퍼스트드래프트’는 인터넷 상의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단체의 전략연구 책임자인 클레어 와들은 흔히 잘못된 정보를 ‘가짜 뉴스’로 통칭하지만 의도성과 해악의 정도에 따라 정확히 구분해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7가지로 분류했다. △풍자와 패러디(선의의 거짓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나 간혹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불일치(제목·사진 등이 기사 내용과 맞지 않는 경우) △사실의 오도(특정 프레임에 맞춘 정보만 제공하는 경우) △맥락의 오도(내용은 사실이나 전후 맥락을 조작하는 경우) △사칭(거짓 취재원을 내세우는 경우) △조작(속일 의도로 실제 정보나 이미지에 손을 대는 경우) △날조(속일 의도로 만들어낸 100% 거짓 정보).

와들은 “가짜 뉴스를 가려내고 검증하는 능력은 이제 언론인이 지녀야 할 자산이 됐다. 앞으로 전문기자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언론사들이 팩트체킹에만 집중하는데 그보다 가짜 뉴스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고 그 진원지와 전파 방식 등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진 뒤에 검증하는 것은 수세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를 연구해온 싱크탱크 미국언론연구소(API)는 올해 초 정치담당 기자들, 팩트체킹 조사원들, 학자들과 회의를 열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횡행한 원인을 찾고 다음 대선에선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했다. 결론은 ‘엉뚱한 곳에서 가짜 뉴스와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소의 제인 엘리자베스 선임연구원은 “반박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써도 잘못된 정보는 소셜미디어에서 계속 퍼졌다. 문제는 기자들이 팩트체킹 기사를 신문이나 인터넷용으로만 썼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보가 활동하는 공간인 소셜미디어가 아닌 곳에서 가짜 뉴스와 싸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연구소가 15개 언론사의 소셜미디어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하루 몇 개씩 잘못된 정보를 발견했다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가짜 뉴스 확산의 주무대가 된 만큼, 소셜미디어팀이 가짜 뉴스와 싸우는 ‘비밀병기’가 돼야 한다는 게 엘리자베스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과 협력해 가짜 정보를 수정하고 진짜 정보를 확산시키는 일, 이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음 대선에서 가짜 뉴스의 폐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전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소셜미디어팀에 대한 훈련과 전략 개발, 이에 적합한 인재들의 고용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구글의 뉴스 담당 부사장인 리처드 깅그라스는 포럼 연설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게 되면서 전통 매체의 신뢰는 줄어들고 있고 정치 지도자들은 그걸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가짜 뉴스가 무기화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관점들 사이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인데 그 전제로 무엇이 ‘사실’인지에 관해 널리 인정받는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는 콘텐츠와 엄밀성이 떨어지는 매체를 찾아내는 알고리듬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으며, 반대로 수준 높은 콘텐츠와 매체를 찾아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깅그라스는 “구글은 이용자 각자가 스스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게 여러 정보와 관점, 배경 지식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언론이 ‘시민들이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공급해주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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