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통일’로 불렸던 사건. 26년 전 남북 탁구 단일팀 우승의 감격을 되살리는 한장의 사료가 세상에 나왔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출전 당시 푸른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남북 선수와 임원들이 나란히 손수 이름을 적은 육필서명지다.
김연갑(63)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4일 <한겨레>에 91년 대회 당시 참가한 남북 선수, 임원 20여명의 친필 이름이 적힌 서명지를 공개했다. 가로 28㎝, 세로 40㎝에 액자로 싸인 서명지는 2013년 일본 경매에서 입수한 것이라고 한다. 용지 맨 위에 ‘KOREA卓球選手?’(코리아탁구선수단)이라는 단체명이, 가운데에는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아래엔 개최 장소와 연도를 가리키는 ‘CHIBA91’(지바91)이란 표기가 인쇄돼 있는데, 한반도 둘레로 선수단 개개인 서명을 돌아가며 촘촘하게 써넣었다. 맨 위쪽에 남쪽 김택수, 북쪽 리근상 선수 서명이, 한반도 오른편 위와 중간에는 북쪽 리분희·유순복 선수의 서명이 보인다. 유순복 선수는 이름 첫 글자 ㅇ 안에 별표를 그려넣었다. 현정화 선수는 한반도 왼편 맨 아래에 세로 구도로 이름을 써넣었다. 한반도 허리께에는 ‘부른다 아리랑’이란 필자 미상의 글씨도 적혀 있다.
서명지는 대회 뒤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념 용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91년 지바 단일팀과 관련해 유일하게 공개된 전체 선수들의 육필 기록이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단일팀 추진 방침을 말한 것을 듣고 당시 감격을 나누고 싶었다”며 “기념사업이 추진되면 기증하겠다”고 했다. 현재 한국마사회 감독인 현정화(48)씨는 “대회 전 합숙훈련 때부터 라켓과 한반도기 등에 무수히 서명해서 체육계 관계자와 현지 동포들에게 주었지만 나는 한장도 간직하지 못했다. 북쪽 선수들과 함께 적은 서명지가 나왔다니 반갑고 감회가 새롭다”고 털어놨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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