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정부가 아닌 민족운동단체”란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용직(58)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이 12일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쪽은 이날 “김 관장이 상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기를 6개월 남겨놓은 김 관장은 전날 도종환 문체부 장관에게 박물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정치학자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1월 임기 2년의 관장에 취임했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데다, 최근 문체부 실·국, 산하기관에 대한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자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체부 쪽은 다음주께 사직서를 수리하고 새 관장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관장은 2008년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에 참여했고, 박근혜 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고시된 뒤인 2015년 10월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국정화 지지성명에 이름을 올려 관장 임명 당시 자격 시비를 빚었다. 지난해 3월 기획전 간담회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당시는 일제 강점기여서 선거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임시정부는 정부가 아닌 민족운동단체다”라고 발언해 구설을 불렀다.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한 헌법을 정면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 정부 출범 뒤 문체부 산하기관장이 사직서를 낸 것은 7일 사표가 수리된 김학민 국립오페라단장에 이어 두번째다. 그의 사퇴가 전 정부에서 임명한 다른 산하기관장의 줄사퇴로 이어질지에 문화계의 관심이 쏠린다. 역시 보수성향 학자인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전 위원장도 지난 5월 사퇴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