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이사가 13일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예술감독제도와 교육, 아카이브 등에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신선한 파격’과 ‘불안한 출발’. 국내 최대의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의 새 대표이사로 13일 선임된 김선정(52) 아트선재센터 관장에 대해 미술계는 엇갈리는 반응들을 내놓았다. 풍부한 국제전시 경험에 방대한 국내외 인맥을 거느린 전문기획자로서 강점은 있지만, 경영자에게 필요한 행정력과 소통력은 미지수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이날 비엔날레재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이런 시선들을 의식한 듯 보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비엔날레 행사들이 난립하고 있고, 광주 비엔날레도 위기 상황”이라면서 예술감독제도, 교육·시민친화 프로그램 등의 변화를 모색하며 운영틀을 바꿔보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사람들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감독을 할 때 느낀 건데요, 광주비엔날레가 명성은 높지만 광주란 지역성과 맞닿은 전시가 되지 못했고, 작가 서포트(지원) 등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비엔날레 역사에 대한 자료 축적도 여전히 미진하고요.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연구자들을 위한 자료 아카이빙에도 신경을 쓰려 합니다.”
그는 기존의 1인 예술감독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털어놓았다. “이번에 카셀 도쿠멘타, 뮌스터 조각제 같은 세계적인 서구 미술행사를 보면서 느낀 건데, 1인 예술감독제는 더이상 역동적인 에너지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러 기획자가 복수감독제를 하는 방안을 협의하려 합니다.”
박양우 전임 대표가 내년 비엔날레를 광주 옛도심의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치르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김 신임대표는 “설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내 생각으로는 노후한 용봉동 전시관을 개보수해 주전시장으로 계속 쓰고 싶다”며 다른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 1월말 박양우 대표이사 겸 이사장이 사임한 뒤 대표 공석이 다섯달째 이어져왔다. 예술감독도 아직 결정되지 못해 내년 행사 준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국제행사가 7차례 이상 국고 지원(10억원 이상)을 받으면 지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몰제가 이번부터 광주비엔날레에도 적용돼, 예산이 10억원 이상 줄어들게 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재단에서 감독을 선정하기 위한 리서치 결과물들이 있어 함께 보면서 의논한 뒤 늦어도 8월말까지는 감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몰제와 관련해선 “아직 내용을 잘 모르지만 일몰제는 없어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지원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외동딸이다. 미국 유학과 뉴욕 휘트니미술관 견습 과정을 거쳐 1993년 국립현대미술관 ‘휘트니비엔날레-서울’전을 계기로 기획자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최정화, 이불 등 소장작가들과 차린 ‘싹’전을 시작으로 2005년 베네치아(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기획전, 2006~2010년 미디어아트 연례 기획전 ‘플랫폼’ 등 ‘김선정표’ 전시들은 미술판에 큰 영향을 미치며 스타작가들을 배출했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커미셔너로 활동했으며 201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예술감독을 지냈다. 2006년 스페인아르코아트페어 특별전과 2011년 해인사아트프로젝트 당시 관과 갈등을 빚어 전시를 엎었던 이력도 있어 미술계 일각에선 행정력 논란도 제기된다. 그는 이에 대해 “관의 무리한 개입에 따른 정치적 사안이었고, 행정력 논란이 아니었다”며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맡아온 아트선재센터 관장직을 다음주부터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혔다.아트선재센터는 이와 관련해 독립기획자 김해주(37)씨를 그의 후임 업무를 맡을 부관장으로 선임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광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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