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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기류 휩싸인 한반도 ‘몽양’에게 길을 묻는다”

등록 2017-07-16 18:27수정 2017-07-16 20:39

[짬]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지금이야말로 몽양을 제대로 되돌아볼 때다.” 오는 19일은 냉전이 시작되고 남북이 통합이냐 분단이냐의 기로에 서 있던 1947년 7월 우익 테러집단의 총에 암살당한 몽양 여운형의 70주기다. 추모 행사를 앞두고 이부영(75)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을 14일 그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광화문의 동아시아평화회의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왜 지금 새삼 몽양인가? 미국의 상대적 퇴조와 함께 동아시아에도 다극체제 질서가 움트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과거로 퇴행해 가는 듯 새로운 냉전 기운이 거세지고 전쟁 위기를 걱정할 정도로 남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그 한편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극적으로 민주정부가 등장했다. 한반도가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형성의 미래가 걸린 주요 시험대로 떠오른 상황에서 좌우합작과 남북통일정부 수립에 매진하다 쓰러진 몽양의 뜻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해방정국 ‘좌우합작 노선’ 여전히 유효
“미국 패권주의 한계에 기득권 불안”
‘문 정부’ 남북관계 주도 계기 삼아야

19일 70주기 추모행사 우여곡절 진행
보수정권 보훈처·양평군 예산 ‘삭감’
“1급 독립운동 서훈자 ‘탄압’은 부당”

1970년대 자유언론운동에 앞장서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당한 뒤 민주화운동을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몽양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은 것은 2007년. “원래 몽양추모회였다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기념사업회가 됐는데, 해방정국에서 좌우합작운동에 청년대표로 몽양과 함께했던 강원용 목사 등이 강권해 그 자리를 떠맡게 됐다. 어느덧 10년이 됐다.”

몽양은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사진 보도 때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이었으며, 무오독립선언과 도쿄 2·8독립선언, 3·1운동, 임시정부 출범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 45년 건국준비위원회 등을 주도하면서 해방정국의 정치 지도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던 그가 암살당한 뒤 좌우합작과 통일정부 수립운동은 막을 내리고 분단으로,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몽양은 잊혔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남북의 기득권 체제가 지금껏 버티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냉전이 끝나고 한 세기에 걸친 미국의 패권이 한계를 드러내자, 한국과 일본의 기득권 세력들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태극기만이 아니라 성조기까지 내흔드는 최근의 우파 집회·시위가 바로 그런 불안감의 표출”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고, 그런 방식으로 대세를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남북한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내다보면서 북핵이라는 불덩어리를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하는가에 한반도의 미래, 평화통일의 내일이 달려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경시해선 안 되겠지만 그 틀 안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핵을 폐기하려면 왜 북핵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부시 정권 때부터 잘못됐지만,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무관심’, 미-일 동맹 아래 일본 군사력 강화를 위해 ‘북의 위협’을 이용해온 것, 그것이 결국 북핵 개발을 부추긴 꼴이 되지 않았느냐. 미국의 자업자득 내지 전략적 착오 탓도 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이제 미국도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의 신냉전적 흐름을 해체하고 평화공존 체제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남북이 주도하고, 미국·중국·일본 등이 이를 추인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이 최근 ‘베를린 선언’을 통해 천명한 원칙들은 중요하지만 그런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안 된다며 “이젠 하드웨어 부분도 건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과감하게 북한과의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표부를 서로 교환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에 대한 제재와 봉쇄, 동결 등을 풀고 북도 핵개발을 동결, 해체하고 교류협력과 평화공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 등은 더 먼 미래의 일이다. 우선은 그 틀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그랜드 디자인’을 문재인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그는 북에 대해서도 “핵의 궁극적 폐기를 공언했던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폐기한 것인지 김정은 쪽에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2004년의 국가보안법 독소조항 개폐 논의도 결국 그런 조급성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촛불혁명의 기적을 일궈낸 성숙한 시민 역량이 뒷받침하는 문재인 정부를 다그치지 말고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70주기 추모 행사는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강연회(강사 강만길 교수)를 여는 데 이어, 19일 오후 2시부터 백범기념관에서 추모식과 한겨레 평화의나무합창단 등의 추모공연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추모행사 준비는 순탄치 못했다. 몽양의 향리인 경기도 양평군에서 “기념사업회의 몽양기념관 위탁운영권을 빼앗으려, 냉전적 마녀사냥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탓이다. 지난 정부의 국가보훈처에서는 지원 예산마저 다 삭감해버렸다. “기념사업회 실무자들 봉급도 몇 달째 밀려 있고,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기로 했던 대규모 몽양 추모 기획전과 국제학술회의도 물거품이 됐다. 1급 독립운동 서훈자에 대한 왜곡과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몽양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뒤늦게나마 건국훈장 대통령장(독립운동 서훈 2급)을 받았고 2008년에 다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급)으로 승급됐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를 완전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생전 몽양의 처지에 비긴다면 지금 우리는 그래도 행복하다”며 이 이사장은 말했다. “남쪽이 ‘연미화중통로섭일’(聯美和中通露攝日)의 대외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 공존을 거쳐 통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리더십을 몽양한테서 찾을 수 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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