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코엑스에서 인터뷰 중인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 그는 자신의 설계작인 ‘서울로 7017’ 공원에 대해 “이제 막 시작된 과정”이라며 “점점 새롭게 만들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열정적으로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만든 고가공원을 두고 비판적인 지적들이 있다는 거 알아요. 인정하고 동의해요. 다만, 작품은 만들어가는 프로세스(과정)입니다. 점점 새롭게 만들면서 개선해 나간다는 게 중요하지요.”
시원시원한 답변이었다. 세계 건축판의 기린아이자 몽상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건축 대가 비니 마스(59)는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직설적인 화법을 썼다. 올해 5월20일 자신이 설계해 개장한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솔직한 심사를 털어놓으며 계속 이 작품을 다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개장 뒤 많은 사람들이 작품 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너무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고가공원의 디테일(세부)을 개선하고 싶고, 계속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4일 개막한 ‘국제건축연맹(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를 맞아 내한한 그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디자인사무소 ‘엠브이아르디브이’(MVRDV)의 공동운영자이자 대표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 당시 네덜란드관 프로젝트와 암스테르담의 노인 전용 ‘보조코’ 아파트, 로테르담의 ‘디던 빌리지’, 런던 외곽의 주거건축 ‘밸런싱 반’ 등의 독특한 ‘다다익선’ 디자인으로 세계 건축계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아파트의 특정 부분을 튀어나오게 만들거나, 집의 한쪽을 허공에 쳐들린 캔틸레버형 스타일로 만든 그의 건축은 전위성과 실용성이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양한 대중 소통을 중시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출판 등에도 주력하는 전방위 활동도 인상적이다.
그는 2년 전 서울시가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도심공원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한 국제현상설계 공모 당시 1등 작으로 선정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17개의 갈랫길이 고가 위에 펼쳐지고, 다양한 수종의 꽃과 나무 2만4000여그루를 화분 600여개에 담아 통로 위에 놓은 ‘서울로 7017’은 국내 초유의 도심 공중생태정원을 선보였다. 반면 콘크리트 위주의 인공건축에 대한 거부감이나 보행 환경의 불편을 근거로 전시성 흉물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비니 마스는 공원의 한계에 대해서도 기탄없는 생각을 펼쳤다.
“구조와 예산의 한계 탓에 더 많은 다리로 통로를 연결하지 못했어요. 꽃나무 수종도 더 다양하게 넣고 싶었지만, 옛 다리 구조를 쓰다 보니 흙이나 나무를 넣는 데 한계가 있었고, 콘크리트 구조 위주로 쓸 수밖에 없었지요. 벤치나 화분을 더 넣으려면 엄청난 구조적 보강과 강화가 필요해요.”
그는 “초점은 사랑”이라는 말을 꺼냈다. ‘서울로 7017’의 모티브가 된 뉴욕의 공중정원 ‘하이라인’이 시민의 애정으로 명소가 된 것처럼 시민의 자발적 애정이 관리에 반영되어야 프로젝트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기발한 창의력의 소유자답게 이번 내한의 의미를 색다르게 풀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핵개발로) 해체 이야기를 하고 한국에서는 (세계건축대회로) 구축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흥미로운 상황이에요. 해체와 건축이 만나는 이 순간을 돕기 위해 대회에 참여했지요.”
비니 마스는 무척 바빴다. 인터뷰 직후 ‘속삭이는 자연’을 주제로 녹색 도시 포럼 강연을 했다. 이날 낮엔 ‘서울로 7017’을 찾아가 시민들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저녁에 바로 공항으로 직행해 한국을 떠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세계건축대회 조직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