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인들이 쓴 청동제 귀이개.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1100여년전 발해 사람들이 귀를 후빌 때 쓰던 청동제 귀이개가 세상에 나왔다. 옛 발해의 영토였던 러시아 연해주 남서부의 성터 유적을 처음 발굴조사한 성과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7~8월 연해주 남서부 라즈돌나야 강가에 있는 스타로레첸스코예 발해 유적을 러시아 학자들과 공동조사한 결과 흙을 켜켜이 다져 쌓아올리는 판축기법으로 축조한 성터와 귀이개, 화살촉, 토기 따위의 유물들을 확인했다고 8일 발표했다.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은 발해의 옛 지방행정구역 15부 가운데 하나인 솔빈부(率濱府)의 옛 땅에 자리한다. 조사결과 유적 안 평지에 판축방식으로 튼튼하게 성벽을 쌓아올린 흔적이 드러났다. 성벽 안에서는 건물터 흔적으로 보이는 석렬(石烈)과 수혈(구덩이) 등이 확인됐고 발해 토기, 귀이개, 입방체 유물, 토제 어망추, 철체 화살촉, 조개껍데기, 물고기와 멧돼지 뼈 등도 나왔다. 귀이개는 족집게가 달린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 발해 고분에서도 비슷한 은제 귀이개가 출토된 사례가 있다. 용도를 모르는 입방체 유물도 발해 유적에서만 나오는 출토품이다.
연구소 쪽은 “성벽은 중심부를 판축기법으로 쌓아 완만하게 성돌이나 성벽을 덧댄 것이 특징”이라며 “원형에 가깝게 유적이 남아있어 앞으로 발해인의 당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 발해 유적에서 판축기법의 성벽은 중국 길림성 화룡시 서고성과 훈춘시 팔련성 등에서 선례가 보고된 바 있다.
문화재청은 한민족 고대문화 복원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연해주 발해 유적 종합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조사에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가 함께 참여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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