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영화 ‘귀향’ 속편 개봉하는 조정래 감독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꼭 해야 하지만 더는 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그에게 이 화두는 여전히 ‘딜레마’다.
지난해 358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킨 <귀향>의 조정래(사진) 감독이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귀향>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14일 개봉)을 들고서. 조 감독을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유선희 기자
내일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 개봉
비하인드 스토리·피해자 ‘증언’ 추가
“계속 알려야…시간이 없다” 의무감 ‘본편’ 흥행 돌풍 국외로 이어져 ‘분주’
10개 나라·61개 도시·1300회 상영
“후속 작품 ‘에움길’도 위안부 이야기” “그야말로 기적적이고, 또 비현실적인 스코어였죠. 가식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기쁘지 않았어요. 가슴이 아플 뿐이었죠. 단 한가지, 위안부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여겼어요.” 지난해 <귀향>의 기록적인 흥행에 대한 ‘뒤늦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든 것도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본편을 만들 때 46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는데, 이제 35명밖에 남지 않았어요. 살아계신 분들도 평균 연령이 91살이세요.” <귀향>의 개봉 뒤 지난 1년 반 동안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세계 10개 나라, 61개 도시를 돌며 1300회 이상 상영회를 열었다. 한 도시에서 상영회가 열리면 그 나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또다른 ‘상영 문의’가 빗발쳤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순회 상영회를 열기 위해 외국으로 나간다. 이번 영화는 지난해 본편에 미처 담지 못한 영상들에다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영화의 부제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두가지 의미예요.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엔 결코 ‘해결’이란 없다는 의미입니다. 전쟁범죄는 시효가 없잖아요.” 여전히 일본 아베 정부는 ‘소녀상 철거’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각료와 의원들은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떼지어 참배한다. “우리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는 이옥선 할머니의 말이 가슴에 박히는 이유다. 최근 중국에서 개봉해 827만명이 관람한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이십이>(二十二)가 조 감독의 <귀향>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십이>에는 박차순 할머니 등 한국인 3명의 이야기도 담겼다. 얼마 전 조 감독은 <이십이>를 연출한 궈커 감독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처음 도착하자 저를 허베이성에 있는 박차순 할머니 묘소로 데려가더라고요. 따님이 할머니 영정 앞에서 ‘엄마가 그렇게 보고파 하던 고향에서 사람들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붙들고 많이 울었습니다.” 조 감독은 박근혜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감히 ‘불가역적 합의’라는 말을 넣었다니 용서할 수 없더군요. 문재인 정부의 전면 재협상을 기대해봐야죠.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의 뜻을 물어 그걸 따르는 것 아니겠어요?” 공교롭게도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비슷한 시기에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상업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개봉을 한다. “희소식이죠. <아이 캔 스피크>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유럽과 할리우드에서는 지금도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나 예술작품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죠. 독일이 틈만 나면 홀로코스트를 사과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우리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해요.” 다음 작품에서도 그는 다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2002년부터 15년 동안 나눔의 집을 오가며 찍은 영상들로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제목이 ‘에움길’입니다. 에움길은 빙 둘러서 가는 길, 즉 지름길과 반대되는 ‘우회로’를 뜻하는 우리말이에요. 할머니들의 여정이 매우 길었다는 뜻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올해 안에 마치는 것이 목표인데, 촬영본이 너무 방대해서….” 그는 “끝내지 못한 숙제를 하듯” 위안부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언제쯤 숙제가 끝이 날까?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교과서에 올바른 역사를 기록할 때, 그때가 되면 할머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duck@hani.co.kr, 사진 홀리가든 제공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개봉을 앞둔 조정래 감독.
비하인드 스토리·피해자 ‘증언’ 추가
“계속 알려야…시간이 없다” 의무감 ‘본편’ 흥행 돌풍 국외로 이어져 ‘분주’
10개 나라·61개 도시·1300회 상영
“후속 작품 ‘에움길’도 위안부 이야기” “그야말로 기적적이고, 또 비현실적인 스코어였죠. 가식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기쁘지 않았어요. 가슴이 아플 뿐이었죠. 단 한가지, 위안부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여겼어요.” 지난해 <귀향>의 기록적인 흥행에 대한 ‘뒤늦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든 것도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본편을 만들 때 46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는데, 이제 35명밖에 남지 않았어요. 살아계신 분들도 평균 연령이 91살이세요.” <귀향>의 개봉 뒤 지난 1년 반 동안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세계 10개 나라, 61개 도시를 돌며 1300회 이상 상영회를 열었다. 한 도시에서 상영회가 열리면 그 나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또다른 ‘상영 문의’가 빗발쳤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순회 상영회를 열기 위해 외국으로 나간다. 이번 영화는 지난해 본편에 미처 담지 못한 영상들에다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영화의 부제인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두가지 의미예요.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엔 결코 ‘해결’이란 없다는 의미입니다. 전쟁범죄는 시효가 없잖아요.” 여전히 일본 아베 정부는 ‘소녀상 철거’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각료와 의원들은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떼지어 참배한다. “우리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는 이옥선 할머니의 말이 가슴에 박히는 이유다. 최근 중국에서 개봉해 827만명이 관람한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이십이>(二十二)가 조 감독의 <귀향>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십이>에는 박차순 할머니 등 한국인 3명의 이야기도 담겼다. 얼마 전 조 감독은 <이십이>를 연출한 궈커 감독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처음 도착하자 저를 허베이성에 있는 박차순 할머니 묘소로 데려가더라고요. 따님이 할머니 영정 앞에서 ‘엄마가 그렇게 보고파 하던 고향에서 사람들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붙들고 많이 울었습니다.” 조 감독은 박근혜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감히 ‘불가역적 합의’라는 말을 넣었다니 용서할 수 없더군요. 문재인 정부의 전면 재협상을 기대해봐야죠.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의 뜻을 물어 그걸 따르는 것 아니겠어요?” 공교롭게도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비슷한 시기에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상업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개봉을 한다. “희소식이죠. <아이 캔 스피크>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유럽과 할리우드에서는 지금도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나 예술작품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죠. 독일이 틈만 나면 홀로코스트를 사과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우리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해요.” 다음 작품에서도 그는 다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2002년부터 15년 동안 나눔의 집을 오가며 찍은 영상들로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제목이 ‘에움길’입니다. 에움길은 빙 둘러서 가는 길, 즉 지름길과 반대되는 ‘우회로’를 뜻하는 우리말이에요. 할머니들의 여정이 매우 길었다는 뜻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올해 안에 마치는 것이 목표인데, 촬영본이 너무 방대해서….” 그는 “끝내지 못한 숙제를 하듯” 위안부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언제쯤 숙제가 끝이 날까?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교과서에 올바른 역사를 기록할 때, 그때가 되면 할머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duck@hani.co.kr, 사진 홀리가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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