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골목마다 ‘구멍가게’라고 불리던 가게들이 꼭 있었습니다. 동네 조무래기들은 골목에서 실컷 뛰어놀다가 우르르 몰려와 ‘라면땅’과 ‘하드’를 사먹곤 했지요. 주인아주머니는 그런 흙투성이 꼬마들을 보며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하겠다’며 놀리셨고요. 가게 앞 평상에 동네 어르신들이 낮이나 밤이나 늘 나와 계셔서 늦은 밤 귀갓길에도 든든한 파수꾼이 되어주셨습니다.
구멍가게 대신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선 요즘. 한편으로는 훨씬 더 넓고, 깨끗하고, 편리해져서 좋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 파수꾼이던 어르신들, 까마귀와 친구가 될 것처럼 뛰어놀던 동네 꼬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텅 비어 버린 옛날 골목처럼 제 마음 한구석도 텅 비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아마도 철없이 뛰어놀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글·사진 한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