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양 진전사터에서 발견된 6세기께 삼국시대의 금동보살삼존불입상. 불꽃무늬선들이 그려진 하나의 광배에 세분의 보살상이 들어간 일광삼존불 형식을 띠고있다. 가운데 보살상이 쓴 보관 위로 화불(작은 부처)이 깃든 연꽃대좌가 표현된 것은 국내 다른 일광삼존불에서 볼 수 없는 이 불상만의 특징이다.
1500년전 이땅에 불교가 전파된 초창기에 만들어진 삼국시대의 국보급 희귀 불상이 강원도 옛 절터에서 세상에 다시 나왔다.
강원도 양양군과 국강고고학연구소(소장 차재동)는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일대 진전사터 유적을 지난 7월부터 발굴조사한 결과 최근 6세기께의 금동보살삼존불입상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불입상은 높이 8.7cm의 소형불상으로 불자들이 품에 넣고 다니며 기원했던 신앙물로 보인다. 사찰 금당터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의 북쪽 구역에서 나왔다.
양식적으로 하나의 광배 아래 세 분의 부처 혹은 보살이 들어가는 이른바 ‘일광삼존불’의 얼개를 취하고 있다. 한반도 고대불상 초창기를 대표하는 양식이다. 광배 상단과 불상 아래 받침인 좌대 일부분이 없어졌으나, 전체 모습은 비교적 잘 살아있다. 불꽃 무늬를 새긴 광배 아래의 가운데 본존불이 들어갈 자리에 보살상이, 그 왼쪽과 오른쪽에는 중앙 불상을 양옆에서 받드는 협시보살을 새겨놓았다. 가운데 보살상의 머리 보관 위에 작은 부처(화불)가 들어앉은 연꽃 받침대(좌대)를 올려 표현한 것은 이 불상만의 도드라진 특징이다. 본존불과 협시보살 사이의 아랫 부분에 의도적으로 뚫은 구멍 2개도 처음 발견되는 사례로 어떤 용도였을지 주목된다.
불상이 출토됐을 당시 모습. 크기가 10cm도 채 안되는 휴대용 소형불이다.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운데 보살상의 손 모양은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편 채 손바닥을 바깥으로 해 어깨높이까지 올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복식 측면에서는 삼존불 모두 보살상 앞면에서 겉옷 주름이 ‘X’자로 교차했다가 좌우로 퍼지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삼존 아래 좌대에는 표면을 파서 새긴 1단의 8장짜리 연꽃무늬가 새겨졌는데, 불상과 한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재질은 출토할 당시 청동으로 파악했으나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보존처리를 위한 기초조사를 하면서 금동제로 밝혀졌다.
양양 진전사터 발굴현장 전경. 탑 북쪽 금당 추정구역에서 불상이 나왔다.
일광삼존불의 양식을 취한 국내의 고대 불상은 여럿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6세기께 두 작품인 ‘금동신묘명삼존불입상(국보 85호,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과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134호, 리움 소장)’을 비롯해서 계미년(563년) 명이 새겨진 백제 추정 금동 삼존불(간송미술관 소장), 신묘년(571년) 명이 새겨진 고구려 추정 금동 삼존불(개인 소장), 정지원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백제 추정 금동 삼존불(국립부여박물관 소장) 등이 있다. 이번에 출토된 불상은 보관, 엑스(X)자 모양의 옷주름, 화불 묘사 등에서 리움 소장 두 불상의 도상과 비슷하다. 그래서 세 불상이 동시기의 작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일광삼존불들 가운데 삼존불 전체가 부처가 아닌 보살상이고, 이런 불상양식이 공식발굴로 출토된 사례는 이번에 나온 금동보살삼존불 입상 하나뿐이어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강고고학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