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씨가 최근 <뉴욕 타임스>에 실은 기고문을 읽고 펑펑 울었어요. 전쟁 위기에 가위눌린 이 땅 사람들의 애달픈 처지가 생각났어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 평화생태 공중정원을 꾸려보겠다는 제 프로젝트도 바로 그런 마음에서 생겨났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해온 설치작가 최재은(64)씨가 25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국내외 건축·미술 대가들과 인문학자들이 협업하는 비무장지대 문화예술프로젝트 ‘대지를 꿈꾸며’의 세부 구상을 발표했다. 3년 전부터 추진해온 이 프로젝트는 탑, 정자 등으로 구성된 약 15~20㎞ 길이의 공중정원과 씨앗은행 등을 비무장지대 한가운데 궁예도성터에 만드는 것. 지난해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 ‘꿈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프로젝트 일부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엔 좀더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지만, 세계적 생태 지대인 비무장지대를 보존하고 평화의 나눔터로 만드는 꿈을 차근차근 구상해보자는 취지”라고 최 작가는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엔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 현대미술 대가 올라푸르 엘리아손, 건축가 승효상·조민석, 작가 이불 등이 동참해 갈대 정자, 땅굴 씨앗저장소 등 다채로운 구상들을 내놓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