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일 공개한 1000년전 경주 사람의 얼굴 복원도. 고려초기에 경주에 살았던 어른 남자의 모습이다. 올해 경주 월지 부근 동궁터 유적에서 출토된 어른인골 1구를 분석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되살려낸 이미지다.
1000여년전 경주에 살았던 사람의 맨 얼굴이 되살아났다.
올해 경주 월지 부근의 옛 신라 동궁터와 부근의 생활유적을 발굴하다 출토된 어른 남자 인골의 원래 얼굴 모습이 복원됐다. 발굴을 맡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 월지 발굴조사 설명회에서 공개했던 인골들 가운데 어른 인골 1구의 컴퓨터 그래픽 복원 이미지를 1일 언론에 내보였다.
인골들은 월지의 동쪽 우물터 구덩이 안에서 모두 4구가 나온 바 있다. 이 구덩이는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새끼 사슴과 토기조각들을 넣어 의례를 지낸 뒤 메워 폐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덩이 폐기층 위쪽의 고려시대 토층에서 인골들이 발견됐다.
연구소 쪽은 “30대 남성과 8세 아이, 3세 이하의 유아, 6개월 미만의 유아로 추정된다. 이들이 숨진 뒤 우물을 재활용한 무덤에 묻은 것인지, 인신공양 의례로 희생시켜 묻은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은혜 국립경주연구소 학예사는 “인골이 출토된 층위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해보니 추정 시기는 982∼1025년으로, 고려 초기께다. 인골 4구가 매장된 경위는 여러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소 쪽은 이와관련해 9일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고인골’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연다. 인골들의 고고학적 연대와 출토 경위에 대한 장 학예사의 논고를 비롯해, 인골의 형질 특성(김재현 동아대 교수)과 생전 이들이 먹었던 음식(신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인골의 얼굴상(이원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등을 분석한 전문가 논고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