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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곡 재생때 0.4원…이효리도 “음악으로 먹고살기 힘들어”

등록 2017-11-12 09:18수정 2017-11-13 10:40

[토요판] 뉴스분석 왜?
음원 ‘스트리밍 시대’의 그늘


지난 5월 인기가수 지드래곤은 음원을 내지 않고 유에스비(USB·이동식 저장매체)로 제작된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대표적 한류스타인 그의 선택을 두고 창작자가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국내 음원시장 구조 때문이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록그룹 시나위 멤버 신대철(50)씨는 바른음원협동조합을 통해 ‘음원 징수·분배규정 개정 정책제안’을 밝혔습니다. 음악인들 중 수익 상위 1%로 분류되는 지드래곤과 음반 호황기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록스타마저 고민하게 만든 국내 음악계 현실, 그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가수 지드래곤의 솔로음반 <권지용> 재킷 사진. 그는 지난 5월 유에스비(USB)로 제작된 음반을 발매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가수 지드래곤의 솔로음반 <권지용> 재킷 사진. 그는 지난 5월 유에스비(USB)로 제작된 음반을 발매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7월 가수 이효리는 <한국방송>(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광고와 행사를 안 했더니 음악으로는 돈을 벌 길이 없었다. (음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효리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조차 국내에서 음원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000만원대였다. 음악만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가요계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

2012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싸이가 국내 온라인 음원수입(2012년 7~9월)으로 벌어들인 ‘강남스타일’의 저작권료 수익은 약 3600만원이었다. 싸이는 이 수익의 절반만 가져갔다. 이 곡을 작곡가 유건형씨와 공동으로 작곡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남스타일’은 국내 6개 주요 음악서비스 사업자(멜론·지니·엠넷·벅스·소리바다·올레뮤직)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음악서비스의 온라인매출 데이터인 ‘가온차트’에서 9주간 1위를 차지했다. 다운로드는 286만건, 스트리밍된 횟수는 2732만건에 달했다.

싸이가 광고 한 편에 출연했을 때 받는 거액의 출연료와 달리 그의 대형 히트곡 ‘강남스타일’ 음원 수입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 음원 저작권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책정된 사정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소유’에서 ‘스트리밍’ 시대로

2000년대 초반 음반시장이 붕괴하면서 음반 도소매점이 줄줄이 폐업했다. 이후 ‘소리바다’ 등 P2P 공유 서비스 사이트를 토대로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급속히 규모를 키웠다. 당시 음악 서비스 사업자는 음악 소비자를 유료·합법시장으로 유입시키는 대안으로 ‘음악 이용권(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의 공급가를 대폭 할인했다. 자연히 소비자들의 ‘합법 다운로드’도 줄어들었다. 음원 공급 사업자가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사이트)에 접속해 월정액을 지급하고 음원을 자유롭게 듣는 ‘스트리밍’ 시대로 소비 패턴이 넘어갔다.

음원 ‘소유의 시대’에서 ‘스트리밍 시대’로의 전환은 국내 음원 시장의 수익 배분 구조와 맞물리면서 음원 창작자 및 제작자들의 ‘더 큰 희생’으로 귀결됐다. 박병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스트리밍 상품은 소비자의 불법 다운로드를 방지하고 합법적인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저가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거대 음원 사업자가 폭리를 취하다 보니 저작권자 및 실연자들에게는 상상도 하기 힘든 작은 금액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가수 지드래곤은 음원을 내지 않고 유에스비(USB·이동식 저장매체)로 제작된 음반을 발매했다. ‘음반인가, 음원인가’를 두고 음악계에선 논란이 일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음원으로 규정한 데 반해 한국저작권협회는 음반으로 인정하는 등 업계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류스타이자 국내 톱스타로 분류되는 지드래곤은 왜 이런 모험을 한 것일까?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톱스타인 지드래곤도 국내 음원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지드래곤이 기존의 음악 서비스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일방향적인 음원 공급 구조를 거부하고 소비자와 창작 권리자 위주의 방식으로 가겠다는 고민을 담은 도전”이라고 봤다.

현재 국내 대부분 음원서비스 사이트에서 한 곡이 재생되면 약 7원의 매출액이 발생한다. 이 중 약 49%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음원을 ‘진열’해 판매하는 서비스 사업자와 유통사(제작사 음원을 서비스 사업자에게 중개)의 몫이다. 제작사는 35%를 가져간다. 창작자인 작사·작곡·편곡자는 10%를 서로 나눠 가져야 한다. 음악을 ‘실연’하는 가수와 연주자에겐 6%밖에 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 작사·작곡·편곡자는 곡당 0.7원(작사·작곡·편곡자가 다를 경우 0.7원을 3등분), 가수·연주자는 0.42원을 받는 셈이다. 이마저도 ‘할인 서비스 상품’을 통해 재생될 때 수익은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인디 음악계의 경우 한 해 음원 수익이 약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구영환(가명·23)씨는 한 록밴드의 보컬이다. 그 역시 음원 수익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그의 음원 수입은 “두세 달에 한 번씩 통장에 입금되는 1만~2만원”이 전부다. 그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음악 레슨이나 식당 일을 하며 버티고 있다.

록그룹 ‘시나위’의 멤버이자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대철(50)씨도 지금의 음원시장 구조를 강하게 비판한다. “곡이 이른바 ‘대박’이 나면 다행이지만 모든 창작자가 음원 순위 상위권 안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음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음원 가격이 정상화되고 유통구조도 개선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음악산업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2015년 일부 음원 다운로드 상품의 창작자 분배 요율이 60%에서 70%로 조정됐으나 사용률이 현격히 감소하고 있는 다운로드 상품으로만 국한돼 실질적 상승분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현재 국내 전체 음원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약 80%를 차지하며 다운로드 서비스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세계 유일의 음원 징수규정 및 분배규정”이 “창작 및 권리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바른음원협동조합은 지적한다. “음악은 사람이 즐기는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자본 우선주의에 의해 음악을 유통·판매하는 서비스 사업자는 권력화되고 창작자의 권익은 침해당해왔다”는 주장이다.

가수 싸이의 인기곡 ‘강남스타일’
국내 주요차트 9주간 1위 행진
음원수익은 3600만원에 그쳐
유통사업자가 더 많이 가져가

음악인들, ‘멜론’ 등 서비스 플랫폼
음원 ‘진열’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
순위 100위 안에 못 들면 낙오돼
창작자에게 가격결정권 돌아가야

미국의 경우 서비스 사업자 및 유통사가 음원 수입의 3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자, 가수 등 저작권자들이 자체적으로 나누고 있다(2012년 문체부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최소한 유통사가 제작자 및 저작권자보다는 수익을 덜 가져가는 구조다.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마트가 상품 수입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지 않는 것과 같다.

신대철 이사장은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며 획일화된 음악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던 소형 제작사와 창작자들은 정당한 수익을 얻지 못해 더 이상의 창작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음원이 발매되자마자 최대 75%까지 덤핑 할인되어 판매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처럼 가격 결정권의 일부를 권리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국내 음원 징수규정상의 할인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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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음원 수익구조에서 저작권자의 분배 비율이 일정 부분 높아지더라도 음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음원 규정의 정상화가 궁극적으로 음악 업계의 건강한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주된 대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1%의 고소득 저작권자와 99% 저소득 저작권자 이 외에 뮤지션 등 저작권자들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뮤지션 홍재목(32)씨는 “음원수익 분배 규정이 창작자에게 유리하게 바뀌더라도 저소득 저작권자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 사업자의 음원 ‘진열’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현 방식으로는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소비자와의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멜론’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는 주로 인기 있는 곡, 순위 위주의 진열 방식으로 곡들이 소개되고 있다. 자연히 다양한 장르의 비주류 음악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근성이 낮아졌다. 대형 뮤지션을 관리하고 있는 음악제작사 대표 김민재(가명·41)씨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는 음원사이트 ‘멜론’의 경우 인기순위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창작자들은 한 달에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음원 수익 분배 규정이 창작자에게 유리하게 바뀌더라도 기존 수익에서 1만~2만원 더 받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음원시장은 ‘멜론’ 등에서 운영 중인 100위권 차트로 수익이 좌우된다. 김 대표에 따르면, ‘멜론’에서 음원순위 100위 안에 장기간 머문다면 저작권자도 1990년대 음반 호황기 때처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100위권에 입성하지 못할 경우 제작비 회수도 어렵다. 뮤직비디오를 찍지 않고 유명 가수를 고용하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음원 한 곡의 제작비는 약 500만원을 넘지 않는데도 말이다.

마트에서 소비자가 접근하기 편한 곳에 진열해 놓은 상품이 잘 팔리는 것처럼 ‘멜론’ 등 사이트 역시 100위권 안에 입성한 인기 음악 위주로 곡을 전면 ‘진열’하고 있다. 제작사들이 유명 음원사이트에서 인기순위 100위권 안에 들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이유다.

‘멜론’ 100위권에 진입하기 쉬운 방법이 있다. 음악 서비스사업 ㄹ업체의 관계자는 “멜론 사이트 상단에 위치한 신곡 소개 구좌 3곳에 곡이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이 구좌에 올라가면 100위권 입성이 사실상 100% 보장”된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 3구좌를 클릭하기 때문”인데 “이 ‘골든’ 구좌를 얻기 위해 유통·제작사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구좌를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멜론’의 주 유통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유통을 맡기면 된다”고 털어놨다. “물론 로엔이라고 해서 유통되는 모든 음원을 ‘골든’ 구좌에 걸어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기획사의 곡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통사를 통하면 수익 중 9%를 추가로 떼줘야 한다.

음악 소비자 대부분은 100위권 음악을 주로 재생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이돌그룹은 물론 다양한 장르를 실험해온 유명 창작자들도 개성이 강조되는 음악보다는 대중적 코드에 맞춘 곡을 제작하는 분위기다. 최대한 100위권 내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다. 인디밴드 ‘중식이밴드’의 보컬 정중식(32)씨는 뮤지션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실험적 음악 창작을 아직 포기하지 않는 뮤지션들의 경우 현재와 같은 플랫폼 위에서는 음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음원을 그저 홍보성 ‘명함’ 정도로 생각한다. 다양성이 배제되는 음원 진열 구조에서 점차 체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안은 없을까. 박병운 위원은 “창작자의 경우 신생 음원사이트 ‘바이닐’(bainil)처럼 창작자에게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대안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멜론’ ‘벅스’ ‘지니’ 등 기존의 음원 서비스 사업자에게 음원을 제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음반을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닐은 지난 7월 등장한 음원사이트로 기존의 음원사이트와는 다르게 창작자에게 가격결정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창작자 음원수입 분배 비율은 최고 74%에 달한다. 물론 지드래곤처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경우 음반 자체 판매·유통은 쉽지 않다.

매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나 매체별 결산 때마다 새로운 음악인들이 등장한다. 박병운 위원은 “신인 음악인들이 보여주는 음악적 성취는 기존의 열악한 음악 풍토에 비추면 놀랍기 그지없다”며 “앞으로의 가능성이 충만한 음악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가난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계가 명확한 거대 음원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이 음악인을 지지하는 방법은 아니다. 차라리 그들의 공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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