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도난 뒤 미국으로 유출돼 최근 현지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옥천사 나한상. 문화재청과 조계종의 공조로 경매 출품이 철회되면서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1988년 도둑들한테 털려 미국으로 유출됐던 경남 고성 옥천사의 나한상 1점이 30년만에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최근 미국 경매시장에 나왔던 옥천사 나한상을 이달 중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경매 목록을 최근 뒤져본 결과 도난품인 옥천사 나한상이 출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뒤 현지 경매사에 판매 중지를 요청하고, 조계종과 함께 서너달 협상을 벌여 반환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되찾은 나한상은 옥천사 나한전에 봉안됐던 16나한상 가운데 하나다. 17세기 조각승 색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상들은 얼굴의 묘사나 옷의 색감 등이 뛰어나 조선 후기 불상의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88년 1월 도둑들이 절에서 나한상 7점을 한꺼번에 훔쳐간 뒤로 도난상들을 되찾기위한 추적 작업이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2014년 한 사립박물관장이 숨겼던 2점을 먼저 찾은데 이어, 지난해엔 옥천사쪽이 제주 본태박물관 개관전(2013년)에 다른 도난상 2점이 나온 사실을 전시도록에서 확인해(<한겨레> 2016년 7월18일치 20면) 돌려받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번 환수에 따라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나한상은 2점으로 줄었다.
미국에 유출된 나한상이 도난 전 옥천사나한전에 다른 나한상들과 같이 봉안됐을 당시의 모습(사진 맨 왼쪽).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최고 경지의 불교 구도자를 일컫는다. 민중의 소원을 이뤄주는 신앙 대상물로 여겨져 일찍부터 16나한, 500나한상 등의 조각상이 사찰마다 만들어졌다. 문화재청과 조계종이 손잡고 국외 불교문화재를 환수한 것은 순천 선암사의 고승 초상화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2015)과 순천 송광사의 불화 <오불도>(2016)에 이어 옥천사 나한상이 세 번째 사례라고 한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