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시리아 피스포토 전시회’ 기획 김정화씨
사진작가가 아닌 시리아 난민들이 직접 찍은 시리아 사진들로 구성된 ‘시리아 피스포토 전시회’가 25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8길에 있는 카페 허그인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비영리 민간단체 ‘여행하는 카메라’가 바보의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8월 터키와 시리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011년부터 ‘여행하는 카메라’를 꾸리고 ‘카메라 우체부’를 자처하고 있는 국제구호활동가 김정화(47·사진)씨를 17일 카페에서 만났다.
방송·시나리오·여행작가 활약
마흔살에 국제구호단체 자원활동
2011년부터 ‘여행하는 카메라’ 꾸려 터키 국경 ‘시리아 난민캠프’ 통해
‘카메라 우체부작전’ 5대 몰래 전달
“가장 행복해야 할 아이들 내전 고통” 김씨는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와 시나리오작가를 거쳐 2년간 47개 나라를 돌며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그 뒤 불혹의 나이에 몽골에서 1년간 국제구호단체 자원활동을 한 뒤 ‘카메라야 부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 난민촌이나 빈민가에 사는 어린이들을 찾아가 ‘똑딱이 카메라’를 손에 쥐여주고 직접 사진을 찍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긍심을 찾아가도록 돕고, 이들이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카메라를 또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게 전달해 그 안에 담긴 사진도 보고, 다시 촬영하게 하는 릴레이 작업이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일종의 예술심리치료사로 뜻밖의 효과를 발견했다. 이번 ‘시리아 피스포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시리아에서 동국대로 유학 와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시리아인 1호’ 한국 유학생 압둘 와합이 ‘헬프 시리아’ 사무국장이다. 후원회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에게 카메라를 전달하고 사진을 찍게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처음엔 걱정부터 하더라. 시리아 국경이 거의 차단된 상태여서 첩보작전처럼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김씨는 자신이 쓰던 것과 기부받은 것을 합해 모두 5대의 카메라를 마련했다. 더 보내고 싶었으나 국경 세관에서 의심을 사면 압수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5대도 많다고 하여, 2대와 3대로 나눠서 들여보냈다. 그는 8월 초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터키의 시리아 난민캠프로 갔다. 그 국경으로 시리아의 연락책이 카메라를 받으러 오기로 해서 기약 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고 또 바뀌어 난관이 많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보안상 곤란한데, A가 B에게 B가 C에게… 릴레이 방식으로 모두 네 단계를 거쳐 카메라는 시리아의 하얀 헬멧 대원 등 주민 5명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워낙은 메모리 카드를 두 개씩 보내 하나는 그들이 갖게 하고, 하나는 회수하여 사진 전시에 쓰려고 했으나 결국 메모리 카드는 돌아오지 않았고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사진 1천여장을 받을 수 있었다. 무슨 사진을 찍으라고 주문을 했는지 궁금했다. 김씨는 “네 단계를 거쳤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 결과물을 보니 비교적 잘 되었다. 학교 가는 길, 집에 가는 길, 길에 보이는 것 모두, 시장도 찍고 사람 많은 곳을 찍어달라고 했다. <코란>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골라 그에 해당하는 사진을 찍으란 주문도 소화해 주었다. 아쉬운 것은 중동지역이다 보니 여자의 얼굴은 카메라에 노출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집에 엄마가 없다. 대체로 사진 찍기는 좋아하지만 찍히는 것은 예민한 모양이다. 어쨌든 아이들 사진이 많이 찍혀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걸리는 사진은 크게 세 종류다. 하나는 시리아 내부에 투입된 카메라 5대에 찍힌 시리아 현지 주민들의 모습인데, 이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김씨는 “시리아의 상황이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열악했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어린아이들의 생애 최고로 행복해야 할 시절이 내전의 고통 속에 지나가고 있음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슬펐다”고 했다. 두 번째는 시리아 국경에서 7㎞ 떨어진 터키의 국경도시 킬리스에 있는 난민캠프의 아이들이다. ‘특별한 아이들’이라는 시리아 난민학교의 도움을 받아 20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찍고 글도 썼다. 이 작업은 김씨와 일행들이 같이 진행했다. 세 번째는 시리아 난민 네 가족의 단체사진이다. 맨몸으로 탈출하다시피 해서 가족사진 한 장 챙기지 못한 이들을 찾아 찍어준 것이다. 사진을 고르고 동영상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김씨는 여러 번 울컥했다고 한다. “평소 사명감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계속 사명감이란 단어가 다가왔다. 시리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한결같이 ‘평화’였다. ‘시리아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눈에서 천 개의 감정이 보였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도 그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알겠더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속해서 카메라 우체부를 모집하고 있으며 현지 활동에 필요한 디지털카메라도 기증받는다”고 관심과 도움을 부탁했다. 이번 전시는 카페 허그인 전체 대관 행사 등으로 일부 관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02-322-6489) 후원이나 신청은 전자우편(naviya70@naver.com)으로 하면 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지난 여름 터키의 난민캠프를 통해 시리아 사람들에게 몰래 들여보낸 카메라로 직접 찍어 보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여행하는 카메라’ 김정화 대표.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마흔살에 국제구호단체 자원활동
2011년부터 ‘여행하는 카메라’ 꾸려 터키 국경 ‘시리아 난민캠프’ 통해
‘카메라 우체부작전’ 5대 몰래 전달
“가장 행복해야 할 아이들 내전 고통” 김씨는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와 시나리오작가를 거쳐 2년간 47개 나라를 돌며 여행작가로 변신했다. 그 뒤 불혹의 나이에 몽골에서 1년간 국제구호단체 자원활동을 한 뒤 ‘카메라야 부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 난민촌이나 빈민가에 사는 어린이들을 찾아가 ‘똑딱이 카메라’를 손에 쥐여주고 직접 사진을 찍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긍심을 찾아가도록 돕고, 이들이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카메라를 또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게 전달해 그 안에 담긴 사진도 보고, 다시 촬영하게 하는 릴레이 작업이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일종의 예술심리치료사로 뜻밖의 효과를 발견했다. 이번 ‘시리아 피스포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시리아에서 동국대로 유학 와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시리아인 1호’ 한국 유학생 압둘 와합이 ‘헬프 시리아’ 사무국장이다. 후원회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에게 카메라를 전달하고 사진을 찍게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처음엔 걱정부터 하더라. 시리아 국경이 거의 차단된 상태여서 첩보작전처럼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김씨는 자신이 쓰던 것과 기부받은 것을 합해 모두 5대의 카메라를 마련했다. 더 보내고 싶었으나 국경 세관에서 의심을 사면 압수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5대도 많다고 하여, 2대와 3대로 나눠서 들여보냈다. 그는 8월 초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터키의 시리아 난민캠프로 갔다. 그 국경으로 시리아의 연락책이 카메라를 받으러 오기로 해서 기약 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고 또 바뀌어 난관이 많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보안상 곤란한데, A가 B에게 B가 C에게… 릴레이 방식으로 모두 네 단계를 거쳐 카메라는 시리아의 하얀 헬멧 대원 등 주민 5명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워낙은 메모리 카드를 두 개씩 보내 하나는 그들이 갖게 하고, 하나는 회수하여 사진 전시에 쓰려고 했으나 결국 메모리 카드는 돌아오지 않았고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사진 1천여장을 받을 수 있었다. 무슨 사진을 찍으라고 주문을 했는지 궁금했다. 김씨는 “네 단계를 거쳤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 결과물을 보니 비교적 잘 되었다. 학교 가는 길, 집에 가는 길, 길에 보이는 것 모두, 시장도 찍고 사람 많은 곳을 찍어달라고 했다. <코란>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골라 그에 해당하는 사진을 찍으란 주문도 소화해 주었다. 아쉬운 것은 중동지역이다 보니 여자의 얼굴은 카메라에 노출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집에 엄마가 없다. 대체로 사진 찍기는 좋아하지만 찍히는 것은 예민한 모양이다. 어쨌든 아이들 사진이 많이 찍혀 있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걸리는 사진은 크게 세 종류다. 하나는 시리아 내부에 투입된 카메라 5대에 찍힌 시리아 현지 주민들의 모습인데, 이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김씨는 “시리아의 상황이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열악했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어린아이들의 생애 최고로 행복해야 할 시절이 내전의 고통 속에 지나가고 있음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슬펐다”고 했다. 두 번째는 시리아 국경에서 7㎞ 떨어진 터키의 국경도시 킬리스에 있는 난민캠프의 아이들이다. ‘특별한 아이들’이라는 시리아 난민학교의 도움을 받아 20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찍고 글도 썼다. 이 작업은 김씨와 일행들이 같이 진행했다. 세 번째는 시리아 난민 네 가족의 단체사진이다. 맨몸으로 탈출하다시피 해서 가족사진 한 장 챙기지 못한 이들을 찾아 찍어준 것이다. 사진을 고르고 동영상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김씨는 여러 번 울컥했다고 한다. “평소 사명감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계속 사명감이란 단어가 다가왔다. 시리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한결같이 ‘평화’였다. ‘시리아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눈에서 천 개의 감정이 보였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도 그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알겠더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속해서 카메라 우체부를 모집하고 있으며 현지 활동에 필요한 디지털카메라도 기증받는다”고 관심과 도움을 부탁했다. 이번 전시는 카페 허그인 전체 대관 행사 등으로 일부 관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02-322-6489) 후원이나 신청은 전자우편(naviya70@naver.com)으로 하면 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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