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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2000년 전 영남 소국 지배자의 초호화 무덤이 발견됐다

등록 2017-11-23 15:24수정 2017-11-24 18:59

경북 경산에서 1~2세기 최고수장급 목관묘 발견
인골과 칠초철검, 청동거울, 쇳덩어리 등 호화유물 쏟아져
부채 3점도 관에 집어넣어 눈길
삼한시대 철기문화 확산과 국제교류 실증
경산 목관묘에서 나온 칠초동검(왼쪽)과 부채. 1~2세기 목관묘에서 확인되는 당대 최고 수준의 유물로 꼽힌다.
경산 목관묘에서 나온 칠초동검(왼쪽)과 부채. 1~2세기 목관묘에서 확인되는 당대 최고 수준의 유물로 꼽힌다.
“이게 2000년 전 유물이라니….”

조사원들의 탄성 속에 무덤 목관 안에서 푸른빛을 띤 호화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성껏 옻칠하고 기품있게 요철 모양새를 다듬은 나무칼집. 안에 쇠칼과 구리칼이 꽂혀 있었다. 한나라 청동거울, 청동으로 만든 말, 호랑이 모양의 청동 허리띠 버클, 각종 장신구, 그리고 키가 170㎝를 넘는 건장한 남자 인골까지 있었다. 2000년 전 경북 경산·영천 일대를 지배했던 최고권력자의 관과 주검, 찬란한 껴묻거리 부장품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이 무덤은 최근 경북 경산시 하양읍 양지리·도리리 택지개발예정터에서 발견된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께의 삼한시대 최고 수장급 목관묘(나무널 무덤)다. 유적들을 발굴조사해온 성림문화재연구원은 23일 기원전후, 1~2세기 삼한시대의 목관무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시기도 이르며, 부장품도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통나무 목관묘 2기를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한시대는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남부에 마한, 진한, 변한의 세 영역으로 크게 구분되는 소국들이 일어났던 시기다. 발견된 목관묘는 경산과 영천을 가르는 금호강변에 자리해, 삼한시대 경산 일대에서 번성했던 압독국이나 영천 일대 소국 골벌국의 최고 수장 것으로 보고 있다. 88년 발굴된 경남 창원 다호리 목관묘에 버금가는 규모와 부장품들을 지녔고, 당시 무덤 얼개도 입체적으로 잘 남아 있는 특대형 유적으로 평가된다.

경산 하양읍 도리리 택지개발터에서 조사 중 발견된 삼한시대 최고 수장급 목관묘의 내부 모습. 인골과 부장품들이 보인다.
경산 하양읍 도리리 택지개발터에서 조사 중 발견된 삼한시대 최고 수장급 목관묘의 내부 모습. 인골과 부장품들이 보인다.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무덤은 양지리 6호 목관묘다. 동서 축으로 놓였고, 위에서 보면 ㅍ자 얼개로, 구덩이 안에 참나무로 짠 길이 2.6m 넘는 대형관을 놓아 주검을 들였다. 두개골과 치아, 팔뼈, 정강이뼈 등이 남아 있는데, 국내 목관묘에서 인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검의 얼굴 위쪽과 양손과 허리춤 사이 부위에서 부채 3점이 발견됐다. 무덤 주인이 부채 2개를 손 근처에 놓고

부채 1개는 얼굴 위에 덮은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으로, 중국에서 전래된 도교의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덤 목관 위쪽에 보이는 한나라 청동거울.
무덤 목관 위쪽에 보이는 한나라 청동거울.
목관 내부를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본 모습. 관의 나무널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고 관 안의 머리쪽 부분에는 동그란 거울과 널을 가로지르는 누렇고 길쭉한 쇳덩이(판상철부), 정교한 디자인의 칠초동검 따위를 볼 수 있다.
목관 내부를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본 모습. 관의 나무널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고 관 안의 머리쪽 부분에는 동그란 거울과 널을 가로지르는 누렇고 길쭉한 쇳덩이(판상철부), 정교한 디자인의 칠초동검 따위를 볼 수 있다.
관 안팎에서는 한나라에서 수입한 청동거울과 옻칠한 나무칼집에 넣은 청동검·철검, 청동말, 팔찌 등이 출토됐다. 전문가들은 기원전부터 한반도 남부에 철기 문화가 광범위하게 전파됐고, 중국과의 대외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됐음을 실증하는 획기적인 유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광열 원장은 “목관 아래에 고급 부장품을 주로 묻는 요갱(腰坑: 목관의 허리 부분의 아래 바닥을 파서 만든 구덩이)의 흔적도 일부 찾아냈다”며 “많은 고급 유물들이 추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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