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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출판문화진흥원, 블랙리스트 지침 따르려 심사표 조작

등록 2017-12-20 18:01수정 2017-12-20 19:54

-진상조사위 중간조사결과 발표-
문체부 지시 따라 적격→부적격
예술인복지재단은 사업자체 없애
기금 쓰려 송파세모녀사건 둘러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블랙리스트 실행을 위해 책 지원사업 심사표와 회의록을 허위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지원 심의 과정에서 문체부 간부가 경찰청 간부와도 문자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20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진흥원 직원들은 2016년 12~13차 ‘초록·샘플 번역지원’ 사업을 벌일 당시 문체부의 특정도서 배제 방침이 내려오자 심사표를 임의로 손대 ‘적격’이던 책 4권을 ‘부적격’으로 바꿔 배제했다. 원본 심사표에는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정지형)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정지형)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조형근)이 ‘적격’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문체부 출판인쇄과장이 이 책들을 제외하라는 전자우편을 보낸 직후 진흥원 직원은 심사결과표에 해당 도서들을 ‘부적격’으로 표기하고, 심사위원의 긍정 평가를 지웠다. 조사위 쪽은 진흥원이 같은 해 진행한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도 회의록을 조작해 <미학 오디세이 1~3>(진중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박시백) 등 5종을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 2014년 ‘현장 예술인교육지원사업’에 블랙리스트 단체인 민족미술인협회·한국작가회의·우리만화연대·서울연극협회가 선정되자 사업을 아예 없앴다. 대신 해당 예산을 급조한 ‘예술인 긴급 복지지원기금 증액안’으로 돌려 집행했다. 조사위가 공개한 당시 공문을 보면, 재단 쪽은 이사회에 사업 폐지 대신 긴급복지지원기금 증액건을 대체해 올리면서 그 명분으로 ‘송파 세모녀 자살, 배우 우봉식 씨 자살’ 등을 언급했다. 또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단 마실이 미국 뉴욕문화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자 문체부 지시에 따라 공모사업 자체를 아예 폐지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경찰의 구체적인 관여 정황도 나왔다. 2015년 영화진흥위(영진위) 예술영화전용관사업 심의의 경우 문체부 영상과장이 국가정보원은 물론 경찰청 정보국 경감과도 휴대폰 문자로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위는 국정원이 영진위 직원에게 최승호 피디(현 문화방송 사장)가 만든 다큐멘터리 <자백>과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조사위는 2008년 8월부터 올해까지 입수된 블랙리스트 문건 12건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검열, 지원배제 등의 피해를 입은 예술인, 예술단체는 각각 1012명, 320곳에 달하며 총피해건수는 2670건으로 파악된다고 집계했다. 특검 공소장에 명기된 436건, 감사원 감사에서 조사된 444건보다 6배 이상 많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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