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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 진선규 “기적같은 한해…저같은 배우들에 더 많은 기회 가길”

등록 2017-12-25 05:01수정 2017-12-26 08:45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인물 10인 ‘네가 진짜 주연’상-
1년간 오디션만 100번 무명에서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이름 각인
“즐거운 연기의 길 묵묵히 걸어…
많은 배우들도 저처럼 기회 얻길”
배우 진선규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갑작스레 눈발이 날리자 손을 내밀며 미소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배우 진선규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갑작스레 눈발이 날리자 손을 내밀며 미소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열심히 일한 사람은 언젠가 빛을 본다. 이 명제를 확인시켜준 사람, 바로 배우 진선규다. 2017년은 김생민 등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히 노력해온 배우들이 빛을 본 희망의 해였다. 특히 진선규가 빛났다. 그는 2004년 연극을 시작으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영화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늘 ‘연기는 잘하는데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범죄도시>에서 밑도 끝도 없는 악인 ‘위성락’을 찰지게 소화해내며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최근 <한겨레>와 만난 진선규는 “2017년은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 한해였다”고 감격해했다. “늘 오디션을 봤는데, <범죄도시> 이후에 처음으로 대본 한번 읽어보라는 얘기를 먼저 들었어요. 꿈만 같았어요.”

진선규의 성공은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그가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은 날, <범죄도시>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하해줬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연극판 친구들은 함께 울었다. 결국 보상받은 그의 노력이 “자포자기한 세상에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친구들이 전화해서 ‘너무 좋다야’라는 말만 반복하며 전화를 끊질 못하더라고요. 저와 상관없는 사람들조차 절 보면서 울컥하는 눈빛이 느껴질 때면 같이 울컥해져요.” 이 사람 정말 잘 살았구나 싶었다니 “착하게 살긴 했어요”라며 순둥이처럼 웃는다. 위성락 맞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실제 내 성격과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기하는 가장 큰 재미”라고 말하지만, 오디션을 1년에 평균 100번을 볼 만큼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집에 쌀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연기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199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 따라 진해의 작은 극단에 놀러 갔다가 골방 같은 연습실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지내는 걸 보고 ‘나도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처음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선생님과 친구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왜 개그맨 하게?(웃음)” 그러나 배우로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연기가 너무 즐거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체육교사의 꿈을 버리고, 수학능력시험이 몇달 안 남은 상태에서 진로를 바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했고, 한달 연습 뒤 합격했다. “타고난 거냐”고 물으니 “졸업 때까지 교수님한테 연기 못한다는 말을 듣고 지냈다”며 웃었다.

그는 학교를 마친 뒤 극단 생활을 하면서 기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2004년 졸업하면서 친구들과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만들었어요. 한두달 놀다 보면 공연이 만들어질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죠. 극단 생활을 하면서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어요.” 외형적인 분위기를 떠나서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쭉 따라가다 보면 바로 극중 인물이 되는 자신만의 방법도 터득했다. “‘사고의 맛’을 아는 게 중요해요. 대본을 보면서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다 보면 그 인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대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요.”

그는 오디션에서 자꾸 떨어지는 큰 이유가 낮은 인지도 때문이라는 걸 알고 닥치는 대로 출연해왔다. 그중에서 배우 인생에 디딤돌이 되어준 작품으로 네 작품을 꼽았다. “<개들의 전쟁>은 영화를 하게 만들어줬고, <사냥>은 영화가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육룡이 나르샤> 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줘서 ‘내가 배우구나’ 느끼게 됐어요.” <범죄도시>는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꼽았다. “사람들은 나를 ‘무명’이라고 부르지만, 전 나름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어요. <범죄도시>는 제가 가는 길의 과정에 있는 작품이고, ‘지금껏 고생했어’라고 나를 다독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선규가 이런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2018년에도 지금처럼 즐겁게 열심히 일할 예정이다. 영화 <사바하>를 촬영하고 있고, 드라마 <킹덤>에도 잠깐 출연한다. 앞으로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 같은 작품이나, <파이란>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소망은 따로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노력하고 있을 ‘수많은 진선규’들이 빛을 보는 거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배우들이 많아요. 그런 배우들한테 더 많은 기회가 갔으면 좋겠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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