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 8월23일 저녁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6월 북미권 최고 콩쿠르인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9)의 시계는 어느 때보다 빨리 가고 있다. 이번 콩쿠르를 포함해 모두 8차례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다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폭발적인 관심을 받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그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선 객석의 환호로 앙코르곡을 5곡이나 연주하고서야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는 힘찬 타건에 더해 명쾌하고 절제된 피아니즘을 구사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인기는 뛰어난 기량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부모의 재산 같은 뒷배경 없이 스스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호감을 샀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16살 때부터 홀로 외국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2만~3만달러 정도 되는 우승상금이 나오는 콩쿠르에 자주 도전하게 된 이유다. 순둥이 같은 외모와 달리 무대에서 떨지 않는 담력과 침착함도 대중을 매료시켰다. 스스로 “대체로 떨지 않고 집중을 잘하는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 선우예권은 예능 프로그램 <이방인>(제이티비시)에도 출연 중이다. 독일 뮌헨에서의 싱글 라이프를 공개하며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다른 평범한 일상을 보여줘 호응을 얻고 있다. 동글동글 선한 호감형 인상에 허당기 넘치는 모습으로 ‘뮌헨 푸’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의 바쁜 행보는 201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내년 4월 통영국제음악제, 11월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공연에서 협연이 예정돼 있다. ‘안단티노’(조금 느리게) 같던 삶의 속도가 ‘알레그레토’(조금 빠르게)로 변하는 중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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