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지난 7월 고국으로 돌아온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가 19일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2014년 이후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왕실의 어보와 국새, 인장을 선보이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 특별전을 오는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연다. 사진은 환수된 문정왕후 어보.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지난 6월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이렇게 운을 떼며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라고 당부했다. 그 한마디는 파급력이 컸다. 여섯달이 지난 지금, 20곳 넘는 영호남 지자체들이 가야사 유적 발굴정비복원안 추진을 표명했고, 지역 협의체까지 꾸려졌다. 전라북도는 지난달 ‘전북가야’탑 제막식을 열었고, 문화재청도 이달 초 ‘가야총서’ 발간, 유적 발굴·정비 등을 담은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정비 사업안’을 발표했다.
고고학계도 그동안 꺼렸던 고조선 실체에 대한 학술적 공론화에 나섰다. 특히 11월 고고학대회에선 정인성 영남대 교수 등 소장학자들이 고조선 도읍 왕검성이 평양에 있었다는 통설을 물증이 없다며 부정하고, 요동 일대에 왕검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고조선 계통의 출토 토기, 금속기 분석을 통해 거론하며 파장을 불렀다.
과거에도 종종 나왔던 ‘청와대 불상’의 경주 반환론도 정권교체 뒤 다시 쟁점화됐다. 100여년 전 경주에서 반출된 뒤 청와대 경내에 보관되어온 통일신라 불상의 국가보물 지정을 9월 서울시 문화재위원회가 건의한 데 이어 1913년 불상을 조선총독 관저로 반입할 당시 총독 데라우치의 의례 사진 등 미공개 사료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면서 반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국외 문화재 환수는 알찬 결실들이 잇따랐다. 60여년을 미국에서 떠돌던 문정왕후와 현종의 어보가 7월 4년여간의 교섭 끝에 돌아와 선보였다. 11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자체 소장한 15세기 산수도와 도상, 화폭 종이까지 거의 같은 쌍둥이 산수도를 일본에서 환수해 함께 전시하며 성과를 알렸다. 이달 초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조선 후기 예술거장 표암 강세황의 증손 강난의 초상을 미국 경매에서 입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 이관해 표암 가문 5대 초상을 박물관이 모두 확보하게 됐다.
유적 발굴 현장에서는 놀라운 발견들이 잇따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조사 중인 경주의 신라궁터 월성에서는 5월 성곽 아래 토층에서 성인 인골 2구가 발견돼 성벽을 쌓다 희생제물로 묻은 첫 사례란 분석이 나왔다. 연구소는 9월에도 경주 월지(안압지) 동궁터 유적에서 신라 왕궁의 수세식 변소 추정 터를 처음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1월엔 기원전 1세기 한반도 소국시대 최고 수장급 목관묘와 위세 넘치는 청동기, 철기 부장품들을 경북 경산에서 찾아냈다. 초기 백제 왕성급 유적인 서울 풍납토성에서는 지난 10월 서성벽과 부근 문터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의 조사로 드러났다. 이 발굴 성과는 유적 부근 토성 안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이전을 거부해온 레미콘업체의 ‘알박기’ 소송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손을 들어줬다가 최근 2심에서 판결을 번복하게 된 유력한 근거가 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