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 VS ‘브라더스 까르마조프’ 뮤지컬 대결-
■ 카라마조프
친북 존속살해사건 재판에 초점
과거·현재 오가는 범인 추리 과정
원작 맞춰 러시아 민속풍 선율 살려
■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아버지 표도르와 네형제만 등장
인간 내면의 모순·진실 파고들어
중세 종교음악 차용한 노래 선사
■ 카라마조프
친북 존속살해사건 재판에 초점
과거·현재 오가는 범인 추리 과정
원작 맞춰 러시아 민속풍 선율 살려
■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아버지 표도르와 네형제만 등장
인간 내면의 모순·진실 파고들어
중세 종교음악 차용한 노래 선사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른 색깔’로 각색한 뮤지컬 두 편이 1, 2월에 나란히 선보인다.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각각 법정 추리물과 심리물로 카라마조프를 재해석한 두 작품 모두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도 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지원작으로 7시간짜리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무대에 오르는 등 고전을 재해석해 내려는 젊은 창작자들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 왜 카라마조프인가 <카라마조프>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모두 2년 가까이 준비해온 작품으로 공교롭게 개막 일정이 비슷하게 잡혔다. 우연이지만 두 편의 뮤지컬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만큼, <카라마조프>가 그만큼 우리에게 소구하는 바가 크다는 방증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고 극찬할 만큼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카라마조프>를 각색한 박은비 작가는 “시대와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로 나라와 국적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오세혁 연출가도 “(아버지로 대변되는) 절대적인 힘이나 권력이 사라지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혼란이 현대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뮤지컬의 이야기 뼈대는 원작과 같다. 탐욕스럽고 방탕했던 아버지 표도르가 어느 날 살해되고 아버지를 미워한 네 아들의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자신의 연인 그루센카에게 연정을 품은 아버지를 증오하는 큰아들 드미트리,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으로 무신론자인 둘째 이반, 수도원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셋째 알렉세이, 머슴처럼 일하지만 표도르에 대한 분노를 가진 사생아 스메르자코프까지 네 형제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그린다.
■ 법정 추리물 ‘카라마조프’ 3일에 먼저 막을 올린 <카라마조프>는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 중 친부 존속 살해 사건을 재판하는 부분을 가져와 법정 추리물로 풀어낸다. 주 배경인 재판장에서 증언이 오가면서 누가 범인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모두가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제를 긴장감 있게 담았다. 연출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박소영과 <안녕! 유에프오>를 공동연출한 허연정이 맡았다. 박 연출가는 “소설에서 보면 모두가 진실을 회피하면서 혼란에 빠지는데 이 혼란을 야기한 것은 한 사람이 아니고 모두의 책임”이라며 “현대에도 유효한 이런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작품인 만큼 음악도 러시아 색을 입혔다. 방탕한 표도르를 보여줄 땐 신명 난 러시아 민속풍 선율이, 알렉세이가 따르는 장로가 죽었을 땐 엄숙한 오라토리오(종교음악)를 차용해 들려준다. 극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 표도르는 최근 <팬텀싱어2>(제이티비시)로 주목받은 이정수가 맡았다. 그 외 김바다, 김히어라, 이해준, 조태일 등이 캐스팅돼 극을 끌어간다.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심리극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2월10일부터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수현재 작가 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원작의 방대한 관계를 걷어내고 표도르와 네 형제까지 5명의 배우만 등장시켜 각 인물의 심리를 좇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원작 속 ‘대심문관 편’을 중심으로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시인이자 뮤지컬 대본을 쓴 김경주 작가는 “대심문관은 인간을 나약한 본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데 원작을 각색하면서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등 모순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출과 음악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호흡을 맞춘 오세혁 연출가와 이진욱 음악감독이 다시 뭉쳤다. 김 작가는 “정형화된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난 음악을 선보이려고 음악감독과 연출진이 머리를 맞댔다. 중세 종교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표도르 역에는 배우 김주호와 심재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특히 김주호를 비롯해 두 번의 쇼케이스에 참여했던 조풍래, 안재영, 김지철, 이휘종이 본공연에서도 배역을 맡아 깊은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4월15일까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뮤지컬 ‘카라마조프’. 아츠온 제공
뮤지컬 ‘카라마조프’. 아츠온 제공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수현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