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예술단 어떤 공연 펼칠까-
아리랑은 고정 레퍼토리
북한 악단 자주 연주하는
‘백만송이 장미’도 가능성
아리랑은 고정 레퍼토리
북한 악단 자주 연주하는
‘백만송이 장미’도 가능성
역대 최대 규모로 16년 만에 남한을 찾는 북한 예술단이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맞아 서울과 강릉에서 연주할 삼지연 관현악단은 지금껏 북한 매체 보도에 등장한 적이 없다. 2009년 1월 창단된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 악단’이 가장 비슷하지만 동일한 오케스트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 악단 조직을 재편했거나 다른 예술단 소속 단원들을 임시로 모아 구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 차례 남북합동음악회를 추진해온 문화기획자 이철주씨는 “기존의 삼지연 악단과는 편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타의 예술단에서 차출·보강된 예술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름은 ‘관현악단’이지만 오케스트라 중심이 아니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종합공연’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악기 연주자 80명에 성악가·무용수 60명이 더해져 140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북한 예술단 파견과 관련해 15일 열린 실무접촉에서 남쪽 대표단으로 참석한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삼지연 관현악단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교향악단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연주할 곡목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치색이 짙은 작품일 경우 보수 진영에 공세 빌미를 줄 수 있어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과거에 남한에서 공연한 곡들을 살펴보면 레퍼토리는 어느 정도 추측해볼 수 있다. 분단 뒤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린 남북합동공연인 ‘송년 통일전통음악회’(1990년)에서 북한 예술단원들은 ‘산천가’ ‘영천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남북 예술단이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기도 했다. 2000년 8월 서울에서 열린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첫 단독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번 4악장’ 등 클래식과 북한이 자체 작곡한 관현악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내 고향의 정든 집’ 등이 연주됐다. 합동공연에서는 남과 북을 대표하는 가수 조수미와 리영욱이 함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이중창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과 북쪽 단원들이 함께 ‘아리랑’을 연주했다.
심수봉이 부른 ‘백만 송이 장미’는 러시아 민요로 평소 북한 악단들이 자주 연주하는 곡 중에 하나다. 더불어 최근 삼지연 악단이 새해 경축 공연에서 선보인 ‘세계 만화영화 묶음’ 코너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디즈니사의 다양한 만화영화 음악을 들려주는데 <라이언킹>을 <사자왕>, <쿵푸팬더>는 <무술가 참대곰(판다)> 등으로 소개하는 게 흥미롭다. 합동공연에 대한 논의는 지난 실무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아리랑’을 함께 연주하거나 부를 여지도 남아 있다.
김미영 김지은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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