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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내 기사 공격해도 ‘위안부 여성’ 전시 능욕 사실은 불변”

등록 2018-01-18 19:17수정 2018-01-19 00:55

1991년 김학순 할머니 증언 첫 보도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우익 ‘날조기사’ 협박에 4년째 소송전
6일 도쿄서 ‘재판 성원’ 토크 콘서트
‘지문날인 거부투쟁’ 피아니스트 최선애
‘평화헌법 수호’ 코미디언 마쓰모토도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촌탁을 비웃으며 자유를 연주한다’ 토크콘서트에서 연사로 나선 우에무라 다카시(왼쪽부터), 최선애, 마쓰모토 히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강명석씨 제공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촌탁을 비웃으며 자유를 연주한다’ 토크콘서트에서 연사로 나선 우에무라 다카시(왼쪽부터), 최선애, 마쓰모토 히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강명석씨 제공

“중요한 것은 제 기사가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전쟁터에서 여성들이 능욕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6일 도쿄 서부의 세타가야구 세이조 홀. 400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룬 토크콘서트 ‘촌탁을 비웃으며 자유를 연주한다’의 강연자로 나선 전 <아사히신문> 기자이자 현 가톨릭대 초빙교수인 우에무라 다카시(59)의 목소리에는 한껏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첫 증언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다. 하지만 그는 2014년 이후 일본 우익과 맞서 고통스러운 싸움을 해오고 있다. 4년 전 일본 매체가 우‘에무라의 기사가 날조됐다’는 보도를 하자 우익들의 협박전화와 편지가 밀려들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에 대한 살해 협박도 있었다. 그는 당시 3년째 삿포로 호쿠세이학원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 보도로 고베쇼인여자학원대학 교수 임용 계약도 취소됐다. 그는 현재 자신을 ‘날조 기자’라고 주장하는 일본 우파 지식인들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도쿄와 삿포로에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지문날인 거부 운동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재일동포 3세 피아니스트 최선애씨, <헌법 군>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일인연극을 통해 20여년 동안 평화헌법의 의의를 일본 사회에 알려온 코미디언 마쓰모토 히로 등이 가세했다. 이들이 연초에 이렇게 모인 것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 바람에 대한 저항을 다짐하는 한편, 올해로 4년째 되는 ‘우에무라 재판’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이다.

행사는 ‘토크 콘서트’라는 제목과 걸맞지 않은 다채로운 형태로 진행되었다. 첫 무대는 마쓰모토의 시사 풍자극으로 꾸며졌다. 먼저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을 해학적으로 풍자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극의 하이라이트는 20년의 내공이 쌓인 ‘헌법 군’이었다. 스스로를 “성은 일본국, 이름은 헌법”이라고 소개하면서 헌법을 의인화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마쓰모토 스타일의 고유함이다.“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결의”한다는 일본 헌법의 전문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났다.

2부는 최선애씨의 피아노 연주로 이어졌다. 쇼팽의 즉흥환상곡 다단조 등 4곡을 연주했다. 쇼팽은 러시아 치하의 조국 폴란드에서 망명하여 결국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다.“쇼팽은 최후까지 폴란드의 영혼을 노래했다. 그것이 그의 저항의 방식이었다.”최씨의 수기 <아버지와 쇼팽>에는 쇼팽에 대한 저자의 각별한 마음이 드러나 있다. 최씨는 재일동포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재일동포의 인권회복 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고 최창화(1929~95) 목사의 큰딸이다. 최씨 역시 지문날인 거부를 이유로 10년 이상 끈질긴 법정투쟁을 벌여 마침내 법무성으로부터 영주권을 인정받았다. 연주를 마치고 젊은 시절의 일을 떠올리며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재판이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협박전화가 걸려오곤 했습니다. 저도 우에무라 기자를 돕고 싶습니다.”

토크 콘서트 연단에 선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토크 콘서트 연단에 선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우에무라는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2014년 이후 ‘날조기자’, ‘매국노’의 멍에를 쓰고 줄곧 우익들의 표적이었던 그는 4년 전과 오늘을 비교하며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대학 임용이 취소되고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덕분에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그는 자리를 가득 메워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후 연회석에서 그는 자신을 돕는 지지자들 앞에서 직접 쓴 사자성어를 꺼내 들었다.‘일양내복’(一陽?復). 그는 이 사자성어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나쁜 일이 이어진 이후 일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뜻한다”며, 우익들과의 지난한 싸움에 휘말린 날들을 뒤로하고 다가올 재판에서의 승리를 다짐했다.

지난 6일 도쿄 세이조홀에서 토크 콘서트는 400여명의 청중들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 6일 도쿄 세이조홀에서 토크 콘서트는 400여명의 청중들로 성황을 이뤘다.
아베 정권 이후 두드러진 우경화 흐름 속에서 일본에서는 역사 수정주의 세력이 힘을 얻으며 ‘위안부’문제를 알려온 대학 교원과 시민단체, 학교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히로시마대학 교원이 수업 중 위안부 다큐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대학은 거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효고현의 나다중 역시 위안부를 언급한 역사 교과서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위안부 자료관(WAM,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은 익명의 폭파예고 협박으로 큰 소동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에무라의 재판 승소는 본인의 명예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위안부 역사’를 지우려는 우익의 증오 언설이 더 이상 일본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음을 알리는 판례가 될 것이다. 우에무라의 다음 재판은 오는 31일 도쿄에서 열린다. 삿포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재판은 이번 가을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강명석/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과 석사과정 유학중이며 2014년 호쿠세이학원대학 교환학생으로 우에무라의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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