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 플러스히치 제공
“제 음악의 90%는 즉흥연주입니다. 이는 연주 때마다 날마다 끊임없이 바뀝니다. ‘스루 더 포리스트’(Through The Forest)의 경우는 100% 즉흥연주였습니다.”
2016년 11월5일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가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일이다. 서울 종로에 있는 제이시시(JCC) 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그는 순간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20분에 이르는 ‘스루 더 포리스트’를 즉석에서 연주했다. 그는 지난 24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스루 더 포리스트’를 가리켜 “발견된”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즉흥성이 강한 연주였다.
그날의 사운드에 매료된 프레드 허쉬는 새 솔로 앨범 녹음을 아예 제이시시 콘서트홀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 한국을 다시 찾은 프레드 허쉬는 나머지 곡들을 녹음해 앨범으로 제작했다. 현재 평단과 재즈 애호가들에게 극찬받는 피아노 솔로 앨범 <오픈 북>(Open Book)은 그렇게 탄생했다. “‘스루 더 포리스트’를 앨범으로 발매해도 좋겠다는 강한 확신이 생겨 동일한 공연장에서 동일한 피아노로 동일한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 앨범 작업을 마치기 위해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앨범의 모든 곡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프레드 허쉬는 현존하는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가장 창의적인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으며 동시에 브래드 멜다우, 이선 아이버슨 같은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를 가르친 선생님이기도 하다. 1993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그는 2008년 에이즈 증세로 두 달간 혼수상태에 빠져 재즈 팬들을 놀라게 했다. 기적처럼 깨어난 그는 여전히 왕성하게 콘서트를 하고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 플러스히치 제공
<오픈 북>은 오는 28일 열리는 ‘60회 그래미 시상식’에도 후보에 올랐다. 프레드 허쉬에겐 익숙한 일이다. 무려 12차례나 재즈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무관의 제왕에 머물러야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오픈 북>으로 ‘최우수 재즈 앨범’과 ‘최우수 재즈 솔로’ 두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는 “마침내 상을 받게 되면 너무 기쁘겠죠. <오픈 북>은 매우 개인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미상 두 부문에 후보작으로 올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마침내’라는 표현에 수상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2013년 첫 내한공연 이후 한국은 그가 자주 찾고 좋아하는 나라가 됐다. 연주를 집중해 듣는 한국 팬들 때문이다. 다음달 25일에도 한국을 또 찾아 <오픈 북> 발매를 기념한 솔로 콘서트(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를 연다. 이번 콘서트 프로그램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즉흥연주 같은 답을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연주할 프로그램에 대해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어요. 제 오리지널 작품을 연주하고 한두 곡의 재즈 스탠더드도 연주하죠. 그리고 항상 텔로니어스 멍크의 곡 몇 개를 연주합니다.”
김학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