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다시 신청한 ‘한국의 서원’ 중 일부인 경북 경주 옥산서원 전경.
조선시대 명망높았던 유교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과 서해, 남해의 주요 갯벌 4곳을 묶은 ‘한국의 갯벌’이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과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의 세계 유산 등재 신청서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유네스코 한국 대표부 대사를 통해 세계유산센터에 전달된 이 신청서에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신청유산의 주요 내력과 유산등재를 위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근거 등이 제시됐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임금이 처음 현판을 내린 사액서원인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남 함양 남계서원, 경북의 경주 옥산서원과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경북 달성 도동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으로 등재대상 목록이 꾸려졌다. 앞서 2015년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 등재신청서를 냈으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머스)의 심사과정에서 반려 판정이 나와 이듬해 4월 신청을 철회했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관계자는 “이코모스 쪽은 2년전 심사 당시 병산서원 등의 서원 주변 경관이 등재신청서의 유산 영역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면서 왜 9곳의 서원만 등재하려는지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었다”면서 “이번에 낸 신청서에는 과거 이코머스의 지적 부분을 보완하고, 등재후보 목록에 들어간 서원들이 16~17세기 세워진 국내 서원의 시작점이자 기준이 될만한 유교 건축물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갯벌’에 포함된 전남 신안군 갯벌의 모습.
함께 신청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순천의 갯벌로 이뤄져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거나 올해 상반기 지정될 예정인 한국의 대표적인 갯벌 유산들이다. 신청서에는 넓적부리도요 등 멸종위기종 서식처이자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유지되어온 점을 보편적 가치로 내세웠다고 문화재청 쪽은 설명했다.
‘한국의 서원’과 ‘한국의 갯벌’은 등재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 우선 올해 5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전문가들이 신청서류와 현지 유산들을 검토하는 사전 심사 과정을 각각 거치게 된다.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자리는 내년 7월께 열릴 43차 세계유산위원회의 회의인데, 그에 앞서 내년 5~6월께 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 쪽의 등재 관련 의견서 내용이 공표된다. 이때 ‘등재권고’ 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등재 권고를 받으면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등재 결정이 유력해지는 까닭이다. 두 유산 모두 최종 등재될 경우, 한국의 12번째 세계문화유산과 2번째 세계자연유산이 된다.
이와 별개로 문화재청이 2007년 국내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영역에 차귀도 화산지형(응회구), 소천굴 등의 4개 연관 유산을 추가하는 ‘경계 소폭 변경’ 신청을 낸 것도 눈길을 끈다. 경계 변경 신청서에 오른 제주의 자연유산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 소천굴, 수월봉 응회환, 차귀도 응회구다.(응회환이란 수성화산 분출로 생긴 높이 50m 이하, 층 경사가 25도 아래의 화산체, 응회구는 수성화산 분출로 생긴 높이가 50m 이상, 층 경사가 25도보다 높은 화산체를 말한다. )
경계 변경 승인 여부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심사를 거쳐 올해 6월 열리는 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경계 변경 규모가 큰 ‘대폭’으로 판단될 경우 위원회는 유산 등재신청을 아예 따로 내라고 권고할 수도 있다. 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산사 (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의 세계유산등재 여부도 결정하게 돼 이래저래 한국 국민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산사…’의 등재 후보 목록에는 명산을 낀 나라 안 7개 고찰(경남 양산 영축산 통도사, 경북의 영주 봉황산 부석사와 안동 천등산 봉정사,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전남의 순천 조계산 선암사와 해남 두륜산 대흥사)이 들어가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