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광화문 현판 자리에 문화재청이 내건 실험용 현판. 검은색 바탕에 ‘光(광)’을 쓴 흰색, 금박, 금색 글씨들(오른쪽부터)이 보인다.
2009년 광화문 복원 건립 당시 흰 바탕에 검은 글자로 써서 내걸린 현재 광화문 현판은 고증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색상은 검은색 바탕에 금박글자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년간 광화문 현판 색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연구를 벌인 끝에 최근 이런 결론이 도출됐으며, 이에 따라 현재 현판 색깔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이 파악한 자료들을 보면, 19세기 후반 고종이 경복궁과 광화문을 중건하며 내건 원래 광화문 현판의 모습은 3종의 옛 흑백사진에 나타난다.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본(1893년께), 일본 도쿄대 소장본(1902년)·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1916년)이다. 각 사진을 살펴보면 현판의 글씨는 동일서체임에도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본은 바탕색이 어둡고 글씨색이 밝게 나타나며, 국립중앙박물관과 동경대가 소장한 옛 사진은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이 더 어둡게 보여 현판의 원래 색상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을 밝혀내기 위해 지난 1년간 현판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추진해왔다. 실험용 현판을 우선 만들어 광화문의 원래 현판 위치에 걸어놓고 옛 방식으로 만든 유리건판으로 촬영한 뒤 다양한 방식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바탕색과 글자색을 확인해봤는데, 그 최종적인 결과가 검은색 바탕에 금박글자라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존 현판에 나타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검은색, 옻칠, 흰색, 코발트색 4가지의 현판 바탕색과 금박, 금칠, 검은색, 흰색, 코발트색의 5가지 글자색을 입힌 실험용 현판을 모두 제작해, 옛 현판 사진들의 촬영시기와 시간대에 맞춰 다시 촬영하고, 미니어처 촬영실험 분석도 하는 등 치밀한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흰 바탕에 검은 글자를 써넣은 현재 광화문 현판. 2009년 광화문 복원 당시 걸린 이 현판은 곧장 표면에 금이 가면서 부실제작 논란을 빚었고, 바탕색과 글씨의 색깔 고증도 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현판의 색깔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해진 이상, 앞으로의 과제는 단청 채색 문제다. 아교와 전통안료로 채색한 전통단청과 아크릴 접착제와 화학안료를 쓴 현대단청 가운데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해 시범적으로 만들 임시 현판에 두 가지 방식의 시범 단청을 일단 입히고 10월까지 관찰 모니터링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청 관계자는 “그뒤 실험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해 내년 상반기쯤 적합한 방식으로 광화문 현판을 만들어 부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