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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국악 지평 넓힌 ‘가야금 명인’ 황병기 별세

등록 2018-01-31 10:48수정 2018-01-31 22:54

질병 치료후 합병증으로 건강 악화
‘미궁’ ‘침향무’ ‘비단길’ 등 대표작
웃음·울음소리도 가야금으로 표현
전문가 “모순을 명상하는 선의 경지”
‘가야금 명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가야금 명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가야금 명인’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31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2. 황 교수는 지난해 12월 뇌졸중 치료를 받은 이후 합병증으로 폐렴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황 교수는 현대 국악 영역을 넓힌 거장으로 꼽힌다. 가야금 소리에 매료돼 경기중학교 3학년 때인 1951년부터 가야금을 배운 그는 경기고 시절 국립국악원에서 김영윤, 김윤덕 선생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다.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건 1957년 <한국방송>(KBS) 주최 ‘전국국악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다. 국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59년 서울대에 국악과가 개설되면서 황 교수는 교육자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74년부터 2001년까지는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85년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2006년부터 6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황 교수는 교육자로서뿐만 아니라 연주자·작곡가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1964년 국립국악원의 첫 해외 공연이었던 일본 공연에서 가야금 독주자로 참가했고, 1986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1990년에는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하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작품으로는 1975년 명동국립극장에서 발표한 ‘미궁’, 신라음악을 되살린 ‘침향무’, 신라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에서 영감을 얻은 ‘비단길’ 등이 있다. 특히 ‘미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가야금을 첼로 활과 술대(거문고 연주막대) 등으로 두드리듯 연주하며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표현해낸 독특한 음악이다. 서울 명동극장에서 이 곡을 초연했을 때 관객이 무섭다고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 해프닝도 있었다. 2000년대엔 ‘미궁’을 들으면 죽는다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2009년 황 교수가 자신의 누리집(bkhwang.com)에서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면 그것은 골동품이 되고 만다. 옛것으로 오늘날을 사는 우리와 소통할 때 비로소 그것은 전통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황 교수는 실제로도 ‘옛것’과 ‘새것’에 경계를 두지 않았다. 현대 무용가 홍신자, 첼리스트 장한나, 작곡가 윤이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국악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황 교수의 음악세계를 조명한 연구서를 낸 음악인류학 박사 앤드루 킬릭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그가 낸 책 <황병기 연구: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히다>(2015)에서 황병기의 음악을 “모순을 명상하는 선(禪)의 경지”라고 정의한다. 킬릭 교수는 “정악과 산조 양식, 20세기 서양음악 작곡 기법을 결합시킴으로써 더 현대적인 향을 가미할 수 있었다”며 그의 음악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소설가 한말숙씨와 아들 준묵(한국고등과학원 교수)·원묵(텍사스 A&M대 교수)씨, 딸 혜경(주부)·수경(동국대 강사), 사위 김용범(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며느리 송민선(엘지전자 부장)·고희영(주부)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5시30분이다. (02)3010-2230.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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