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지원배제 8건 첫 확인”
만화·대중음악 지원 심사단계부터 가동
오성윤씨 등 예술인 7명과 우리만화연대 지목
심사위원, 지원대상 배제 실행 드러나
만화·대중음악 지원 심사단계부터 가동
오성윤씨 등 예술인 7명과 우리만화연대 지목
심사위원, 지원대상 배제 실행 드러나
국정농단 사태의 텃밭으로 지목됐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공작에 앞장서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콘진원이 2014년부터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에서 청와대와 문체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사례 8건을 처음 확인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콘진원 내부 간부들은 2014년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 문건을 전달받아 이 기관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등의 심사위원·심사대상을 선정할 때 문건에 거명된 특정 문화예술인 7명과 1개 단체의 특정 작품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콘진원은 송성각 전 원장이 국정농단에 관여한 혐의로 2016년 구속된 뒤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을 받았으나, 특검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서도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부인해왔다.
콘진원 사업에서 배제된 블랙리스트 인사와 단체는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다. 내부 문건을 보면, 이들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방식 규탄 시국선언, 노무현 지지선언, 문재인 후보 대선광고 촬영, 영화 <26년> 제작,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문재인 멘토단 등의 사유로 목록에 올랐다고 나와있다.
콘진원은 <한국방송><조선일보>와의 공동사업인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경우 2010~2013년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진희 주간, 오성윤 감독, 최용배 대표, 김옥영 고문을 청와대 문건이 작성된 2014년부터 심사위원에서 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철원 작가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 2014, 2015년 응모했으나 심사 대상에서 빠졌으며, 김보성, 김영등씨는 음악 분야 지원사업의 심사위원에서 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 이야기를 다룬 우리만화연대의 작품 <끈>은 2015년 ‘연재만화 지원사업' 당시 1차 서류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었으나 콘진원 산업팀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2차 발표평가에선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 등으로 최저점을 받아 탈락했다. 조사위 쪽은 “이 사례들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배제하기 위해 콘진원이 심사 단계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콘진원은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진 뒤 진행된 ‘2017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는 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을 대거 심사위원으로 복귀시키기도 했는데, 블랙리스트 실행을 스스로 인정한 행태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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