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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삼국유사 속으로 들어간 셰익스피어

등록 2018-02-11 14:17수정 2018-02-12 14:14

리뷰/오태석 연출 음악극 ‘템페스트’

극 배경 나폴리 아닌 신라·가락국
원작 운율·리듬도 ‘조선맛’으로
미·영 서도 호평…28일 페루 공연도
오태석 연출가의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남산국악당 제공
오태석 연출가의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남산국악당 제공
연극계 거장 오태석 연출가의 가족음악극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원작 희곡을 <삼국유사>와 연계해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도 완성도 높기로 유명한 고전을 <삼국유사> 속 세계로 변주한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 왕 알론소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어린 딸 미란다와 함께 12년간 무인도에 버려진 밀라노 공작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힘으로 복수의 기회를 잡지만, 딸 미란다와 알론소의 아들 페르디난드와의 사랑에 감동해 적들을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줄거리이다.

오 연출가는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신비한 주술을 터득하는 모습이 삼국유사의 도력 통달한 승려, 법사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극중 배경인 나폴리와 밀라노를 신라와 가락국으로 바꾸고, 등장인물들에겐 한복을 입히고 갓을 씌웠다. 프로스페로를 가락국의 8대 왕인 질지왕으로, 알론소는 신라의 20대 자비왕으로 바꿔 신라의 지배를 받던 가락국의 상황을 대입했다. 원작 속 괴물 에어리얼은 한국 무속신앙의 액막이 인형인 제웅으로 각색했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운율, 리듬, 은유가 주는 재미도 ‘조선맛’으로 바꿨다. “힘들면 지둘러. 그럼 바람이 불어온다”처럼 3·4조, 4·4조 등 우리말의 운율을 입혀 흥을 살렸다. 해학과 익살도 덤이다. 오 연출가는 “이런 대사가 객석과의 접착력, 소통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초연된 <템페스트>는 올해 서울남산국악당의 첫 기획공연이다. 2015년에도 이 무대에 오른 바 있는데 이번 공연은 아이(만 5살 이상)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음악극으로 3년 전보다 더 쉽고 단순하게 재구성했다. 오 연출가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작품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오태석 버전 <템페스트>는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2011년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최고상인 ‘에인절스상’을 받았다. 미국 뉴욕 라마마극장, 칠레 산티아고 아밀페스티벌 등에도 초청받으며 세계 관객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올해도 국외 관객을 만나러 원정을 떠난다. 페루 리마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오는 28일과 3월1일 이틀간 현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외국에서 한국의 <템페스트>가 인정받는 이유는 뭘까. “우리 선조들은 생략, 비약, 의외성, 즉흥성이라는 네가지 요소로 웃음의 해학을 뽑아냈어요. 이 작품 곳곳에도 이런 선조들의 지혜를 숨겨놓았죠. 비록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지만 우리의 해학이 무대 배경, 가면 같은 소도구를 통해 충분히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21일까지 서울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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