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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무속음악과 접신한 재즈

등록 2018-02-12 18:00수정 2018-02-12 21:15

베이시스트 김성배 새 앨범 ‘의례’
무속재즈 음반 <의례>를 낸 김성배 재즈 연주가. 김성배 제공
무속재즈 음반 <의례>를 낸 김성배 재즈 연주가. 김성배 제공
재즈팀에서 ‘사이드맨’은 리더를 보좌하는 구실을 맡은 이를 말한다. 재즈 베이스 연주자 김성배는 1999년 처음 연주를 시작해 14년 동안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다 2013년 리더 작 <페퍼 맨>을 발표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대학원에 들어가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곡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면서 창작력이 폭발했다. 2년 뒤 피아니스트 한지연,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와 함께한 ‘아방 트리오’로 김성배는 또 한 번 재즈 동네에서 믿음직스러운 이름이 됐다.

재즈 베이시스트 김성배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작년 발표한 앨범 <의례>(Ritual)는 ‘재즈’라는 장르를 뗀 베이시스트, 더 나아가 베이스 연주자라는 포지션을 넘어서는 음악가 김성배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의례>는 김성배의 음악적 욕심과 함께 기이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연히 김금화 만신의 세월호 추모굿 영상을 본 뒤 급속도로 ‘무속’에 빠져들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때부터 굿과 무속음악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김금화 만신의 신딸인 이옥자 만신을 만나 황해도 굿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료조사도 했다. 기이한 경험을 한 것도 그때쯤이다. 계속 환청이 들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느껴졌다. 불면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지금이야 “그냥 과로였던 것 같아요”라며 웃어넘길 수 있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누군가는 ‘신병’이라 했고,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그가 만든 음악을 듣고 “병 안 걸리는 게 이상하네요”라는 말을 했다. 휴식과 요가를 하며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15년 12월12일, 인천 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굿의 형식을 빌려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김성배(더블베이스), 김동원(북, 노래), 김성완(색소폰), 이하윤(피아노), 표진호(낭송, 소리), 권현우(전자사운드)가 함께 만든 영적인 사운드에 영신-접신-공수-송신이란 각각의 제목을 달아 <의례>로 탄생시켰다. 무속음악부터 재즈,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김성배도 이 음악을 재즈 대신 ‘스피리추얼 뮤직’(종교적 성격을 띤 민중노래)이라 불러달라 했다. 음원은 2016년 11월에 발표됐지만 오는 22일 바이닐(LP)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옥자 만신은 <의례>를 듣고 크게 만족했다 한다. 김성배는 곧 이옥자 만신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이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례>는 메인 메뉴 나오기 전에 애피타이저 같은 거예요. 황해도 굿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 끝까지 밀고 가보려고 해요.”

김학선 객원기자, 사진 김성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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