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미륵’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논산 관촉사 고려시대 석불입상의 세부 모습.
국내 옛 불상들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거인불이자 기괴한(그로테스크) 용모로 유명한 충남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恩津彌勒)’상(국가지정 보물)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고려 초기 광종(재위 925∼975) 때 만들었다고 전하는 논산시 은진면의 석불 ‘은진미륵’상을 국보로 지정예고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은진미륵’으로 세간에 잘 알려진 이 불상의 정식명칭은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다. 상 높이가 18.12m에 달해 이땅에서 19세기 이전 만들어진 옛 불상들 가운데 가장 크다. 고려 말기 문인 이색(1328~1396)의 <목은집>과 승려 무의가 쓴 <용화회소>, 16세기 조선초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을 보면, 고려 광종의 명으로 조각승 혜명이 다듬어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왕실의 지원 아래 당대 뛰어난 조각명장의 솜씨로 탄생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불상은 서있는 입상이다. 좌우로 빗은 머릿결 위로 불상 머리 길이보다 훨씬 긴 원통형 보관(寶冠)을 썼고 두 손에는 청동제 꽃을 들었다. 널찍하고 편평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죽 벋은 몸체도 육중해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만큼 조형적 인상이 강렬하다. 거대한 크기와 화강암 몸체의 양감이 도드라진 고려 초기 불상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실적 양식을 토대로 조화와 이상미를 추구했던 통일신라 불상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은진미륵상은 고려초기 지방 각지에 조성됐던 불상들 특유의 기괴한 미감이 물씬 와닿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화재청 쪽은 “통일신라 조각과는 전혀 다른 대범한 미적 감각을 담은 불상으로 국보로 승격할만한 독창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보 승격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뒤 5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석불을 새롭게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30일동안의 예고 기간중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보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뒤켠에서 바라본 ‘은진미륵’상과 관촉사 가람 전경. 가람 너머로 논산벌이 보인다.
미륵은 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든 뒤 56억7000만년이 지난 미래에 출현한다는 부처다. 이땅에서는 옛적부터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원하는 신앙대상으로 널리 신봉되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도처에 미륵불상이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