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모태가 된 잡지 <문학과 지성> 창간호(1970년 가을호)와, 창간호를 내고 편집동인 등이 찍은 기념사진. 뒷줄 왼쪽이 김치수씨, 오른쪽이 김현, 아랫줄 왼쪽이 김병익씨, 가운데가 작고한 황인철 변호사다.
걸어온 길 되돌아 본다
문지, 9일 자축 기념식 을유문화사는 1일 생일상 창비, 30일까지 소설공모 ‘창비’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의 양대 축을 형성해 온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문지)가 다음달 12일로 창사 30년을 맞는다. 문지는 오는 9일 저녁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에 앞서 <문학과지성사 30년: 1975~2005>이라는 사사(社史)를 간행하는 등 어느덧 한 세대의 연륜을 축적해 온 스스로의 발자취를 회고하며 자축할 예정이다. 한편,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2월1일에 창립한 한국 출판의 맏형 을유문화사가 창립 60주년을 맞으며, 계간 <창작과 비평>은 내년 1월의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5천만원 고료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등 주요 출판사와 잡지들의 뜻깊은 생일잔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출판사 ‘문지’의 역사는 1970년 잡지 <문학과 지성>의 창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평론가 홍정선씨가 문지의 역사를 정리한 글의 제목을 ‘문학과지성사 5+30년 약사’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이 나중에 자신과 함께 이른바 ‘문지 4K’ 또는 ‘문지 네 김씨’로 통하게 된 김병익·김주연·김치수씨를 포섭해 잡지 <문학과 지성>을 창간한 게 1970년 가을호였다. <문학과 지성>의 창간과 출판사 ‘문지’의 창립은 또한 평론가 백낙청씨가 주도해서 1966년에 나온 잡지 <창작과 비평>에 자극받은 바 컸다. 문지 30주년 기념 좌담에서 김치수씨는 <문학과 지성> 창간 무렵의 자신들이 “<창작과 비평>의 역할에 대해 굉장한 외경심”을 지닌 동시에 “‘창비’는 군사 정부와의 격렬한 싸움 때문에 문학 작품을 정치와 사회에 종속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노라고 토로한다든가, 시인이자 친구인 황동규씨에 의해 “문지의 수장(首長)”으로 표현된 김병익씨가 역시 30주년 회고의 글에서 “참여 문학파는 <창작과 비평>이란 매체를 가지고 왕성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지만 순수문학파는 그런 잡지가 없기 때문에 논쟁에서 여간 불리하지 않다”는 김현의 ‘새 잡지 창간의 변’을 소개하는 것이 이런 맥락을 보여준다.
문학과지성사 30년…창작과비평 40년…을유문화사 60년 ‘문학과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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