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큐팝 사랑 반년만에 카자흐스탄 초청 받았어요”

등록 2018-02-25 20:19수정 2018-02-25 21:00

【짬】 유튜브 채널 ‘지크루브’ 디렉터 지민석씨

20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지민석씨가 유튜브에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올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20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지민석씨가 유튜브에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올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의 신곡이 나왔을 때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가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이다. 리액션 영상이란 뮤직비디오를 보는 팬들의 반응을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지민석(26·사진)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다는 그는 케이팝 가수들의 리액션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유튜버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6개월 전부터 큐팝(Q-POP: 카자흐스탄 대중음악을 일컫는 명칭)의 매력에 빠져 카자흐스탄어를 배우고 유튜브 채널 ‘지 크루브’(Zi kroove)를 운영하고 있다. 급기야 카자흐스탄 현지 지상파 티브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지씨를 만나 생소한 큐팝에 빠져든 이유를 들어봤다.

케이팝 ‘뮤비’ 리액션 동영상 전문
‘음악 비디오 보는 팬들 반응’ 분석
지난해 10월 대학 영상 공모전 참가
카자흐스탄 유학생 출작품 보고 ‘큐팝’ 끌려

큐팝 동영상 분석 ‘공유’…팬덤도 등장
새달 현지 지상파 방송에서도 소개

지민석씨가 큐팝 리액션 영상을 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 ‘지 크루브’.
지민석씨가 큐팝 리액션 영상을 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 ‘지 크루브’.
고려대 문예창작과와 미디어학부를 수료한 지씨는 지난해 10월 교내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도서관인 시시엘(CCL)과 씨제이 이앤엠의 다이아 티브이(DIA TV)가 공동주최한 영상 공모전에 참가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방식의 공모여서 다른 참가자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카자흐스탄 학생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그의 채널을 따라 타고 들어가 본 지씨는 구독자가 훨씬 많아 약간 충격을 받았다. 주로 카자흐스탄 음악의 리액션 영상이었다. 지씨가 큐팝을 처음 접한 순간이다.

“그동안 음악이라곤 케이팝과 서구의 팝만 듣고 영상을 만들어왔다. 카자흐스탄이라는 이미지는 중앙아시아만의 느낌과 색깔이 짙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고 이질감이 별로 없었다. ‘스스로 미안하게도’ 촌스럽지도 않았다. 가사를 잘 모르는 채 들었지만 막힘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케이팝과 다른 그들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흔적도 신기했다.” 지씨는 “노래 중간에 말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큐팝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부터 카자흐스탄 음악과 문화 전반에 대해 파고들었다. 요즘엔 매주 월·수요일 밤 10시, 정기적으로 영어 자막이나 카자흐스탄어 자막을 단 새로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3시간 늦은 시차를 고려해,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퇴근하거나 일과를 마친 현지시각 저녁 7시에 큐팝 리액션 영상이나 브이로그(동영상 기반 블로그)를 공개하는 것이다. 2주일마다 현지시각 저녁 9시에 맞춰 생중계 방송도 한다.

그가 다룬 큐팝 그룹은 어느새 10팀이 넘었다. 단순한 감탄사 연발이 아니라 체계적인 음악 분석 위주다. 크게 비디오적인 측면과 오디오적인 측면으로 나누고 카메라 워킹, 조명뿐만 아니라 가사, 안무까지 뜯어서 나름의 해석을 가미한다. 물론 카자흐스탄 가수들의 춤이나 동작을 흉내 내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도 가끔 넣는다. “(비보이에) 이 부분에서 탑락(톱록)이 들어갔어요. 저 화면은 빛을 걸고 찍는 기법입니다.” 지씨가 올린 큐팝 리액션 영상을 몇 개 눌러보니 생소한 낱말들이 쏟아졌다.

현재 큐팝 최고 인기 그룹인 ‘91’(Ninety One)이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간 지씨를 멤버 2명이 알아봤다. “나 당신이 만든 리액션 영상 본 적 있어. 당신이 누군지 알아.” 지씨가 그 자리에서 브이로그 촬영을 제안하자 멤버들도 즉석 동의했다. 사흘간 인사동과 북촌 등지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이들의 7분21초짜리 영상은 새달 카자흐스탄의 지상파 방송인 <엔티케이>(NTK)의 ‘91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2월 현재 지씨의 ‘지크루브’(Zikroove)는 구독자는 3천명을 넘었고, 댓글 3150개, 좋아요 1만개를 넘었다. 지씨의 영상을 본 구독자의 89%가 카자흐스탄에 있으며 5% 정도는 러시아나 다른 중앙아시아 쪽이고, 한국에서 플레이된 것은 1%뿐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씨의 팬덤까지 생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귀엽다.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어서 고맙다. 카자흐스탄어를 배운다니 도와주겠다. 5월에 우리나라를 온다면 우리가 뭔가 준비하겠다. 여자친구는 있는가?”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씨는 5월이나 6월 중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 91그룹 멤버 중의 한 명인 발라의 집에 초대받았다. 지씨는 가능하다면 현지 기획사나 가수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카자흐스탄의 관광홍보 영상도 만들어보고 싶다. “카자흐어? 러시아어하고 같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다. 러시아어도 따로 배우고 있다. 둘 다 어렵긴 마찬가지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