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저항시인으로 꼽히는 윤동주(1917∼1945)와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의 친필 원고가 나라의 공식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3·1절을 맞아 이육사 친필원고 ‘편복’과 ‘윤동주 친필원고’ 등 항일문화유산 5건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이땅의 문인이 직접 쓴 문학작품 원고가 등록문화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사전류 원고는 주시경이 1911년 사전 편찬을 위해 쓴 ‘말모이 원고’와 조선어학회가 1929∼1942년 작성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이, 시집류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 4권이 문화재로 등록된 바 있다.
이육사의 친필원고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이다. 당시에는 사전 검열로 발표되지 못했다가 1956년 나온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돼 일반에 알려졌다. 원고는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다가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 기증했다.
윤동주 친필원고는 고인이 남긴 유일한 원고다. 개작한 작품을 포함해 시 144편과 산문 4편이 들어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같은 개별 시 원고를 묶은 시집 3책과 산문집 1책, 낱장 원고로 꾸려져 있다. 고인의 누이동생 윤혜원과 연희전문학교 동문 친구인 강처중, 정병욱이 보관해오다가 2013년 연세대에 기증됐다. 원고를 보관했던 전남 광양 정병욱의 집은 2007년 등록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된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이 그해 4~8월 진행한 정기·임시회의 회의록 문서와 임시정부가 펴낸 유일한 역사서로 꼽히는 ‘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 독립운동을 벌였던 언론인 장효근(1867∼1946)이 1916~45년 쓴 한문체 일기도 등록을 예고했다.
부산 우암동 소막마을 주택 모습. 소를 키우던 막사를 개조해 해방 뒤 귀환동포와 전쟁 피난민의 주거시설로 바꾼 내력을 지닌 곳이다
이와 별개로 해방 이후 귀환동포와 한국전쟁 피난민의 주거시설이던 부산 우암동 소막마을 주택이 문화재로 등록예고된 것도 눈길을 끈다. 원래 소를 키우던 막사였다가 일본 등에서 돌아온 동포들과 전쟁 피난민의 보금자리로 쓰기위해 주거시설로 바뀐 곳이다. 피난민의 애환이 서린 삶터로서, 60~70년대 산업화시기에는 인근 지역에 공장, 항만이 들어서자 유입된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으로 뒤이어 쓰이면서 현재까지 존속해온 근대도시유산이다.
청은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