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강태구. 사진 김유미 제공
2011년 5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캐나다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가 <더 서버브스>(The Suburbs)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자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아케이드 파이어가 누구야?”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때의 반응을 모아놓은 사이트가 생겼을 정도다.
지난 28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강태구가 첫 앨범 <블루>(Bleu)로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 상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강태구가 누구야?” 아이유, 혁오 등 쟁쟁한 후보 사이에서 상을 받았으니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강태구 역시 “후보 가운데서 저를 가장 모르실 거”라며 “이번 기회에 음악을 들어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김학선·신현준 음악평론가가 강태구를 만났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블루>는 음악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가장 훌륭한 앨범으로 거론돼왔다. <한겨레> 연말결산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시선의 깊이와 소리의 깊이를 일치시켰다”며 “아득하고 아스라한 음악이 펼쳐지는 동안 내내 마음이 일렁이게 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동진의 동생 조동희는 처음 강태구의 음악을 듣고 오빠에게 “제2의 조동진이 나왔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가사의 운율이나 노래의 호흡에서 조동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강태구는 ‘제2의 조동진’이란 표현에 “처음엔 당연히 좋았는데, 길게 봤을 때 계속 그런 얘기를 듣는 게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강태구만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2월28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강태구. 사진 차세환 제공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이루어진, 단출하지만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와 겹겹이 쌓인 코러스, 그리고 “여전히 방황 중인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노래는 깊고 아름답다. 곡 구조는 오히려 단순하다. “말을 하고 싶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오히려 코드는 단순하게 갈 때가 많아요. 연주의 화려함보다는 저의 이야기나 순간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노래는 대부분 제주의 인적 없는 숲과 해변을 거닐며 만들었다. 제주에서 군 생활을 한 그에게 자연은 영감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노래에는 ‘바다’와 ‘숲’, ‘해변’, ‘바람’ 같은 자연의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제주에서의 경험에 일부러 ‘인적 없는’ 곳을 찾는 마음이 더해져 음악은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를 전한다.
강태구는 “‘올해의 음반’ 상을 받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 사소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공감해주신 분들 덕분에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포크뿐 아니라 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전자음악이나 흑인 음악의 스타일을 빌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4월8일 서울 홍대 벨로주에서 <블루>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단독공연을 한다. 정리·김학선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