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전국 노래자랑’ 안산시 1차 예심

등록 2005-11-30 17:41수정 2005-12-01 16:24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 기념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방송의 <전국 노래자랑> ‘경기도 안산시’편 1차 예심 현장에서 지원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재훈 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 기념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방송의 <전국 노래자랑> ‘경기도 안산시’편 1차 예심 현장에서 지원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100℃르포] “땡” 은 없다…“수고하셨습니다” 뿐

일요일 낮 12시10분이면 어김없이, 1980년 방송 시작 뒤 한 번도 편성 시간이 바뀐 적 없이 시청자들을 찾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방송의 <전국 노래자랑>이다. 전국에서 노래로, 율동으로, 코미디로 날고 긴다는 일반인들이 <전국 노래자랑>을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지만, 조금 덜 날고 덜 기는 지원자들을 추려내는 예심도 본 방송 못지 않게 재밌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안산 올림픽 기념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 안산시’편 1차 예심 현장을 공개한다.

방송과 달리 무반주네

1차 예심에서는 본 방송과 달리 무반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 때문에 대표 심사위원인 정한욱 구성작가로부터 본 방송의 ‘땡’에 해당하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은 참가자 대부분이 “반주가 없어서…”라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선수들의 세계에서 핑계는 통하지 않는 법. “안산의 정기를 받았다”며 내심 가산점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던 안정기(상록구 본오3동)씨는 이날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반주 파일을 다운받아 온 뒤 이어폰을 꼽고 <있을 때 잘해>를 불러 “합격” 통지를 받았다. 안씨는 노래 학원 수강 6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달에 8시간 짜리 학원을 30만원이나 내가며 6개월, 180만원을 투자한 끝에 1차 예심에 통과했다”며 <전국 노래자랑> 출연에 대한 염원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염원에 어울리지 않게 “체면이 있고, 사회적 위치도 있고 해서 직장에는 아프다고 휴가를 낸 뒤 예심 현장에 나왔다”며 멋적게 웃어 제꼈다.

“학원수강 6개월만에 쾌거” 환호

심사위원들이 안씨 같은 ‘노력형’ 참가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노력 여부를 떠나 어떻게든 ‘확실하게’ 눈에 띄어야 예심을 통과할 수 있다. 정 작가는 “노래, 표정, 율동, 사연 중에 하나라도 확실히 눈에 띄어야 합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냉정하게 심사의 칼자루를 휘둘렀다.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 한복까지 차려입고 나와 ‘악수 설정’을 연기하며 <반갑습니다>를 부른 한 참가자는 ‘썰렁∼’해진 분위기에 책임 추궁이라도 당하듯 바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관객석에 있는 한 구경꾼이 “심혔(했)다, 심혀, 사럼(람)이 정승(성)을 봐주(줘)야지, 정승(성)을!”하면서 이 참가자를 합격시켜 달라고 고성을 질렀지만, 심사위원들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엄정한 심사위원들도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었으니, 바로 ‘사연 많은’ 참가자들이 등장할 때다. 이날 1차 예심에는 489세대 841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모여사는 안산 ‘고향 마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참가했다. 마을 자체 예심을 거쳐 선발된 8명의 대표 선수들이 차례차례 나와 <꿈에 본 내 고향> 같은 노래를 부르자, 예리하게 빛나던 심사위원들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 결과, 고향 마을 팀은 배남식(75)씨 등 2명이나 1차 예심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 노래자랑>이 프로그램 시작 뒤 25년 동안 개편과 편성 시간 변경의 회오리 바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시청률 15%, 점유율 20%,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시청자들의 호응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심혔다, 정승을 봐우쟈지” 고함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전국 노래자랑> 예심에는 방송에 출연해 해당 지역의 특산물 등을 홍보하려는 지원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안산 지역 예심에는 한 영농 조합의 대부도 포도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김옥경(32)씨가 참가했다. 김씨는 멋드러지게 <유혹>을 불러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율동 부족’으로 끝내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정 작가의 인사를 듣고 무대를 내려오는 김씨보다 그 옆에 서 있던 영농조합 대표이사의 표정이 더 어두웠다. 그는 “포도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미모와 노래실력이 뛰어난 김씨를 스카웃했다”며 “조합 직원의 가족인 김씨까지 동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국 노래자랑> 출연의 길은 이렇듯 멀고도 험했다.

이날 예심에는 모두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참가했다. 하지만 1차 예심과 2차 예심을 거쳐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 참가자들은 고작해야 15명.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김경식 피디는 “보통 시 단위는 500명, 군 단위는 200~300여명 정도가 예심에 참가한다”며 “지자체 행사가 많은 4~6월, 9~11월에는 일주일에 두 지역씩 녹화를 하지만 한 여름이나 동절기 때는 그만큼 녹화가 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래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서민들이 잠시나마 에너지를 발산하며 근심, 걱정,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기 때문에 참가 열기도, 시청 열기도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는 사견을 덧붙였다. 이날 예심을 거쳐 출연이 확정된 이들이 나오는 안산시 편은 내년 1월께 방송될 예정이다.

글·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