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 <엠엠재즈> 편집장이 3월22일 오후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레코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년 세월 동안 236권의 잡지가 쌓였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 지형도를 생각할 때, 특히 재즈 인구를 생각할 때 한국에서 재즈 잡지가 20년 동안 ‘생존’했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난 3월 공식 창간 20주년을 맞은 <엠엠재즈>의 김희준 편집장은 오히려 덤덤했다. “그냥 매달 내다보니까 이렇게까지 온 거 같아요. 한 달 마감하고 또 바로 다음 달 마감 준비하다 보니 특별히 20주년을 생각하진 못했는데 이렇게 돌아보니까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엠엠재즈는 1997년 11월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몽크와 화가 에드바르 뭉크를 합친 <몽크뭉크>란 제호를 갖고 무가지로 출발했다. 이듬해 3월 유가지로 바뀌며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몽크뭉크>란 이름은 <엠엠재즈>로 바뀌었다. 그동안 초대 편집장이자 만화 <재즈잇업> 저자인 남무성을 비롯해 <재즈피플> 편집장 김광현, 재즈평론가 황덕호·최규용, 지금은 재즈공연 기획자가 된 김충남 등 내로라하는 ‘재즈인’들이 <엠엠재즈>에서 글을 써왔다. 김희준 편집장은 2006년 1월부터 참여해 가장 오랜 시간 <엠엠재즈>에 머문 사람이 됐다.
그 수많은 원고가 236권의 잡지 안에 담겨 있다. 지금 보면 “너무 조악한 편집과 오자투성이 글들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한국 재즈의 한 역사다. 마감 기간 하얗게 새운 수많은 밤이 그 역사를 만들어왔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주기적으로 밤샘해야 하는 근무환경이나 적은 보수 등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음악 ‘전문’ 잡지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광고를 주는 음반사의 요구와 편집권 사이에서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원하는 걸 다 들어주면 그건 재즈전문지가 아닌 전단지나 홍보지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드는 거죠. 어느 정도 타협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고민 덕분에 기준선을 정해두고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엠엠재즈>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몇 가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엠엠재즈>에서 소개한 1만5천장이 넘는 음반들 가운데 높은 평점을 받은 200여장의 앨범을 추려 단행본으로 낼 계획이다. <엠엠재즈>의 이름으로 공연과 음악감상회, 재즈계의 방향과 문제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좌담회도 계획 중이다. 이후의 20년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학선 객원기자
김희준 <엠엠재즈> 편집장이 3월22일 오후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레코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