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얼음여왕’. 별명에서 상반된 연주 스타일이 느껴지는 두 바이올리니스트가 잇따라 내한공연을 펼친다.
먼저 내한하는 연주자는 ‘불의 바이올리니스트’다. 프랑스 출신 로랑 코르시아가 피아니스트 변애영과 함께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파리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로랑 코르시아는 파가니니 콩쿠르(1983) 등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은 프랑스 신문 <르피가로>가 그의 연주를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불의 혓바닥을 닮았다”고 평하면서 생겼다. 고전부터 대중성을 갖춘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로 평가받는다. 벨기에 작곡가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전곡>이 대표 음반이지만 <시네마천국> <미션 임파서블> 등의 영화음악을 연주해 담은 <시네마> 앨범도 호평받았다. 코르시아는 국내 팬들과도 친숙한데 2015년에 내한했을 때 피겨 선수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곡으로 유명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하고, 가수 효린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주제곡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을 같이 협연하는 등 대중적인 공연을 펼쳤다. 이번엔 다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청중을 만난다. 현재 파리 샤틀레 극장과 마시 오페라 등에서 오페라 코치 등으로 활동하는 변애영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 라벨과 에네스코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이자이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발라드’ 등을 들려준다.
‘얼음여왕’ 빅토리야 물로바는 지휘자 다비드 그레일사메르가 이끄는 제네바 카메라타와 함께 6월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물로바의 내한공연은 이번이 일곱 번째이나 제네바 카메라타는 첫 내한이다.
러시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물로바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로 ‘얼음여왕’으로 불린다. 시벨리우스 콩쿠르(1980)와 차이콥스키 콩쿠르(1982)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24살이던 이듬해 자유로운 연주를 하고 싶어 미국으로 망명한다. 핀란드 공연 중 택시를 타고 스웨덴 국경을 넘은 그는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호텔 방에 분신 같은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놔둔 채 떠났다. 첩보영화 같던 빅토리야 물로바의 망명은 당시 전 세계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유명했다. 미국에서 머물다 유럽에 정착한 그는 이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좀더 유연해진 레퍼토리와 연주 스타일로 관객 앞에 서고 있다.
물로바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다. 2012년 발매된 그의 <베토벤 앤 멘델스존> 음반에 담긴 연주곡으로 영국 클래식 음악 잡지 그라모폰이 “가장 로맨틱한 멘델스존”이라고 평했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국적도 연주 스타일도 다르지만 로랑 코르시아와 빅토리야 물로바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가졌다는 것.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8세기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만든 것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주 가능한 상태의 바이올린이 5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르시아는 루이뷔통(LVMH 그룹)의 후원으로 영구 임차한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1996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물로바는 172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소유하고 있다. 두 공연은 이 명품 악기의 깊고 풍부한 음색과 감정 표현을 감상할 기회이기도 하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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