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평화의 집, 미술관처럼…금강산·일출봉이 두 정상 반긴다

등록 2018-04-25 20:28수정 2018-04-25 20:51

회담장 곳곳 수놓은 그림들

1층 현관에 민정기 작가 ‘북한산’
방명록 서명대 뒤 ‘산운’ 목판화
접견실은 훈민정음 찍은 사진 병풍
평화의 집 현관 정문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민정기의 <북한산>(2007) <청와대제공>
평화의 집 현관 정문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민정기의 <북한산>(2007) <청와대제공>
방명록 서명대 뒷벽을 장식한 김준권의 <산운>(2009) <청와대 제공>
방명록 서명대 뒷벽을 장식한 김준권의 <산운>(2009) <청와대 제공>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처음 마주할 남북의 두 정상은 풍성한 그림들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현대미술가들이 한반도 산하와 대지 곳곳의 풍경에 땅기운을 담아 그린 진경산수 대작들이 평화의 집 1~3층 곳곳을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새 단장을 마치고 25일 공개된 평화의 집 내부는 미술관을 떠올릴 만큼 다수의 작품이 설치됐다. 분단 장벽을 허물고 평화가 뿌리내리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남쪽 중견·원로·작고 작가 9명이 이 땅의 풍경을 담아 창작한 다채로운 그림과 영상작품들을 가져왔다. 청와대 쪽은 25일 브리핑에서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이란 주제로 이야기와 정성을 담은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함께 걸어 들어올 1층 현관 정면에는 국내 사실주의 화단의 대가로 꼽히는 민정기(69) 작가의 <북한산>(2007년작)이 이들을 맞게 된다. 조선 진경산수화의 재해석에 몰두해온 작가가 장쾌한 북한산 산세를 푸른빛 화폭에 펼쳐놓은 작품이다. 처음 남녘 땅을 밟는 북한 최고 지도자를 서울 명산에 초대한다는 의미와 ‘북한산’ 이름 자체가 지닌 중의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두 정상은 이 그림 앞에서 처음 기념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1층 접견실에 병풍으로 놓인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 글씨본. 김중만 작가가 촬영한 작품이다. <청와대 제공>
1층 접견실에 병풍으로 놓인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 글씨본. 김중만 작가가 촬영한 작품이다. <청와대 제공>

접견실 정면 벽에 놓인 박대성 작가의 <장백폭포> <일출봉>(1990). <청와대 제공>
접견실 정면 벽에 놓인 박대성 작가의 <장백폭포> <일출봉>(1990). <청와대 제공>

현관 방명록 서명대 뒷벽엔 수묵목판화로 일가를 이룬 김준권(62) 작가의 대작 <산운>(2009년작)이 나왔다. 농도 다른 먹을 입힌 목판들을 겹쳐 찍어 첩첩이 쌓인 이 땅 산야의 깊이 있는 풍경을 빚어냈다. 남도 산야의 포근한 질감으로 북한 손님을 편안하게 감싸는 구도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이 환담할 1층 접견실에는 훈민정음 글씨를 찍은 사진 병풍이 놓였다. 서예거장 여초 김응현(1927~2007)의 ‘훈민정음’ 글씨본을 김중만(64) 사진가가 찍은 신작. 글씨들 중 문재인 대통령의 성(姓) 첫 자음인 ‘ㅁ’엔 푸른색, 김정은 위원장 성의 ‘ㄱ’엔 붉은색을 입혀 소통하길 소망하는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접견실 정면 벽엔 한국화단의 큰 봉우리인 박대성(73) 작가의 1990년작 소품 <장백폭포> <일출봉>이 있다. 백두산 장백폭포의 물줄기와 제주 성산 일출봉의 자태를 힘찬 필력으로 담은 두 작품을 나란히 내걸어 남북 국토가 하나가 됐다는 상징성을 느끼도록 했다.

2층 회담장 배경이 될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  <청와대제공>
2층 회담장 배경이 될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 <청와대제공>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고전회화 해피니스>. <청와대 제공>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고전회화 해피니스>. <청와대 제공>
2층 회담장 탁자의 배경인 안쪽 벽에는 ‘금강산 화가’로 유명한 신장식(59) 작가의 길이 6.8m짜리 대작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2001년작)이 붙는다. 금강산 관광이 허용된 1998~2008년 10여차례 찾아가며 내외금강을 꼼꼼히 사생한 작가의 내공이 집약된 이 작품은 청초한 가을하늘 아래 단풍 든 외금강의 장엄한 풍광을 담았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이 그림을 돌아보면서 논의를 하고, 취재진 앞에서는 뒷배경 삼아 악수하는 사진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와 대화의 성공을 소망하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회담장 입구 양 벽면에는 이숙자 작가의 푸른 보리밭 연작 2점이 놓여 이 땅에 깃든 강인한 민족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3층 연회장에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풍경을 담은 신태수 작가의 근작과 겸재 정선의 금강산 걸작 등을 움직이는 디지털 영상물로 풀어놓은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놓였다. “무릎이 닿을 만큼 함께할 정상들에게 작품 공간이 소리 없게 말을 걸게 하겠다”는 청와대 쪽의 뜻대로 판문점에 사상 처음 내걸린 미술품들이 정상회담의 성과를 뒷받침할 마중물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