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아오는 덕온공주 인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뉴욕 경매에서 낙찰가 2억원에 사들였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공주였던 덕온공주(1822~1844)가 생전 썼던 인장이 미국에서 돌아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달 18일 열린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지에 유출됐던 덕온공주의 인장을 2억원에 낙찰받았으며, 인수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께 들여올 예정이라고 3일 발표했다.
공주의 인장은 왕실가의 권위와 지위를 과시하는 의례용 도장이지만, 사유물로 취급해 실생활에서 문서를 날인하는 데도 썼다. 이번에 돌아오는 덕온공주 인장은 몸체를 구리로 만들어 도금했으며, 상상의 동물 해치를 손잡이(인뉴)에 새겼다. 해치상은 기운 넘치는 풍모에, 갈기와 문양을 생동감있게 표현해 조형성이 돋보인다. 찍는 면의 크기는 가로·세로 각 8.6㎝이며 전체 높이는 9.5㎝다. 지금까지 조선왕조의 공주 인장은 고려대 박물관에 17세기 인물인 숙휘공주, 정명공주의 것 두 점만 전해져왔다. 후대인 19세기 공주 인장이 새로 확인돼 조선시대 인장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단 쪽은 지난 2월 인장이 미국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확인한 뒤 직원을 파견해 현황 조사를 벌였다. 인장을 경매에 낸 미국인 소장자는 70년대 구입한 유물이라고 재단 쪽에 밝혔으나 구체적인 유출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재단 쪽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자문과 법률 검토 결과 덕온공주의 인장은 정부 소유의 왕실재산인 어보류에 포함되지 않는 사유물로 판단했다. 매매해 환수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경매에 응찰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도 공주가 양반가와 혼인할 경우 부마(임금의 사위) 가문의 일원으로 외부인이 됐다고 여겨 공주의 모든 재산과 물품을 부마 가문의 소유로 규정했었다.
어머니 순원왕후가 막내딸 덕온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 딸의 안부 편지를 받고 반가웠다는 마음을 적었다. 흘림 글씨에 애틋한 모정이 서려있다. 2016년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당시 공개됐던 유물이다.
덕온공주는 순조와 순원왕후의 셋째 딸이다. 티브이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요절한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1809~1830)의 동생이었다. 임금과 정비 사이에 태어난 공주의 지위를 누린 마지막 인물로 유명하다. 1837년 양반가로 시집을 가서 22살에 아이를 낳다가 숨졌다. 2016년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에서 순원왕후가 시집가는 공주를 위해 챙겨준 길이 5m를 넘는 혼수품 문서와 생전 둘 사이에 오간 편지 등이 공개돼 눈길을 끈 바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