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고도인 경주 시내 탑동의 집 신축터에서 4~6세기께로 추정되는 고신라 무덤 30여기와 귀고리, 팔찌, 큰칼, 말갖춤 등의 고급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 탑동 6-1, 6-6번지 400여평을 최근 발굴조사한 성과를 9일 발표했다. 재단 쪽 자료를 보면, 신라 특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18기를 비롯해 널무덤(목곽묘) 8기, 돌덧널무덤(석곽묘) 4기, 독무덤(옹관묘) 4기가 드러났다. 무덤들 안에서는 껴묻거리(부장품)로 굵은고리 귀걸이, 은제 팔찌 등의 장신구와 비늘갑옷·철도끼 따위의 무기류, 말갖춤 등이 다수 출토됐다.
무덤 안에서 나온 토기들. 신라 전기의 것들로 굽다리 접시, 목 긴 항아리(장경호), 물컵 등이 보인다.
돌무지덧널무덤은 5세기 중반~6세기 중반께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무덤 안에서 세밀한 꾸밈장식이 달린 굵은고리 귀걸이 한 쌍과 둥근 옥이 달린 목걸이, 은제 팔찌,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이 줄줄이 나왔다. 3호 목곽묘의 경우 주검을 놓는 공간인 주곽에서 비늘갑옷과 화살촉, 철창 등이, 다른 부장품들을 꾸려 넣는 부곽에서는 항아리와 말띠꾸미개(운주), 발걸이 등의 말갖춤 일부가 확인됐다. 이 밖에 3호묘 근처의 4호 목곽묘에서는 굽다리 접시, 목 긴 항아리 등 신라 전기 토기들이 나왔다. 조사단 쪽은 “혈연이나 특별한 관계가 있는 망자들을 한 묘역에 계속 묻으며 무덤떼를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탑동은 신라 궁성 터인 월성 남서쪽 남천 주변 일대의 동네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과 그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오릉이 가까이에 있다. 신라가 나라의 틀을 세우기 전인 기원전 시기부터 고대국가 성립, 융성 시기인 5~6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무덤들이 잇따라 이곳에서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학계는 신라 국가 성립에 영향을 미친 경주 지역세력의 근거지 중 하나로 여기를 지목하고 있다. 앞서 2010년에는 기원전 1세기께로 추정되는 지역 수장급 인물의 목관묘가 발굴되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