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손 프리츠커위원회 전무가 앞서 <한겨레>가 보낸 이메일 인터뷰 질의에 대해 답을 15일 보내왔다. 기사 작성 뒤에 받은 답이지만 프리츠커상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로 덧붙인다. 2005년부터 프리츠커위원회에서 일해온 마사 손은 수상자 선정 과정에 직접 투표를 하진 않지만 위원회 업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맡아왔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건축·미술에 관한 여러 책의 책을 집필한 바 있다.
-프리츠커심사위원단 구성이 이채롭다. 과거 프리츠커상 수상자나 현직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뿐 아니라 외교관·정치인·법관·기업인 등 직업군이 다양한데 왜 이렇게 구성했나?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5명에서 9명 이내로 꾸려지는데 다양한 직업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작업에 대해 보다 넓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심사위원회에 속한 건축가들이야말로 당연히 건축에 대한 전문적 분석에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은 보다 폭넓게 도시에 기여하고, 대중이 거주하는 곳이며 역사와 이론적 맥락이 중요한 분야이다. 다양한 관점,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이 심사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더 깊고 넓게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프리츠커상 경향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성, 사회적 이슈, 지속성 등에 대해 예전보다 더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는데 프리츠커위원회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상은 시간이 지나며 진화하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 사회, 세계적 상황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프리츠커상의 근본적 목표는 상이 처음 제정된 1979년과 다르지 않다. 건축을 예술로 구현하고 인본주의에 일관되게 기여한 생존하는 건축가들을 기린다는 시상 취지는 매우 포괄적이다. 매년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상의 의미와 메시지를 숙고하며 왜 이 건축가와 건축물들이 선택됐는지 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메시지는 점점 더 심화됐고 그만큼 왜 이 건축가를 선정한 것인지, 그의 작품이 상의 목표를 어떻게 잘 반영하는지 등을 좀더 설득력있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지명된다고 들었다. 추천서가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가?
=추천 절차는 개방적이다. 그러나 심사와 관련된 절차, 즉 후보자가 몇명이나 들어오는지, 어느 나라 출신들이 많은지 등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매우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솔직하게 토론하며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심사위원들은 1주일 정도 함께 여행하며 현대 건축물, 역사적 건물, 또는 잠재적으로 프리츠커상을 받을 만한 건축가의 작품들을 둘러본다. 이런 답사 여행은 여행 장소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심사위원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증진시킬 수 있다. 결국 이 여행을 통해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 전반에 매우 사려깊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심사위원단은 항상 수상자 선정을 만장일치로 정한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청동메달을 받는다. 청동메달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매년 수상자가 받는 청동메달은 ‘마천루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시카고에서 활동한 루이스 설리번이 디자인한 것이다. 메달 앞면엔 상의 이름이 적혀 있고, 뒷면엔 로마시대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가 건축의 본질로 밝힌 ‘firmitas, utilitas, venustas’와 맥락이 닿는 ‘firmness(견고함), commodity(유용함), delight(아름다움)’이라는 세 단어가 적혀 있다.
-매년 프리츠커상 시상식은 건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장소에서 시상식을 개최해왔다. 최근 들어 한반도, 특히 판문점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이 만남을 가짐으로써 전세계 평화의 상징적 장소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비록 판문점의 건물들이 건축 전문가의 관점에서 건축학적으로 뛰어나진 않다고 해도 세계에 주는 상징적 의미는 깊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곳에서도 프리츠커상 시상식이 열릴 수 있나?
=매년 프리츠커상 시상식 장소은 행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더해준다고 할 수 있다. 프리츠커 가문은 이런 점을 신중히 고려해서 시상식 장소를 선택해왔다. 다른 시대의 건축물이나 이전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대한 오마쥬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역대 시상식 장소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 일본 나라시의 불교사원 도아이지, 체코 프라하성, 일본 도쿄의 아카사카 궁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뮤지엄, 독일 옛 베를린박물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이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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