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원연극축제는 거리예술축제 전문가 임수택 예술감독이 총 지휘를 맡았다. 임 감독은 국내에 처음 거리예술을 소개하고 지평을 넓히는 데 힘써온 주인공이다. 그는 2003년 과천축제(당시 명칭은 과천마당극축제)를 맡아 마당극에서 거리극으로 확대했다. 그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가 과천축제를 모범 삼아 생겨났다. 임 감독은 수원연극축제가 공연예술계를 선도하는 행사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거리예술은 일상을 떠나 일상을 바라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시고 색다른 예술 세계를 접해보시기 바란다”는 초대의 말을 전한 임 감독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20년 넘은 수원의 대표 문화축제의 감독을 맡았다.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수원문화재단과 수원시에서 행사 장소를 옮기고 야외공연, 거리축제 중심으로 치르자고 제안해 반가웠다. 거리예술을 더 확산하고 발전시키는 기회가 생긴 것으로 여겼다.”
-올해 수원연극축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나.
“재단에서는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특정공간연극(site specific theater)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구현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래서 ‘숲속의 파티’라는 구호를 내걸고 숲과 자연이 잘 보존된 이곳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자연친화적 공연 장소에서 연극제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경기상상캠퍼스에는 경사진 잔디밭, 언덕, 울창한 숲, 흙, 주차장, 건물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공연들이 서로 간섭을 덜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축제에 좋은 장소다. 인위적인 무대는 지양하고 기존 공간을 무대와 객석으로 활용하려 노력했다.”
-올해 공연 장소인 경기상상캠퍼스와 기존 무대인 화성을 비교한다면?
“화성행궁은 공간 이용이 어렵다. 너무 넓고 자동차 소음도 많다. 공연하는 데는 아담한 공간이 더 효과적이다. 경기상상캠퍼스가 지리적 접근성이 취약하지만 셔틀버스를 마련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성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축제의 역할과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축제가 아주 다양해서 역할과 방향을 하나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저는 거리예술 중심의 공연예술축제에 한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 공연예술축제의 역할과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 문화생활은 지나치게 대중문화에 치우쳐 있다. 문화 향유 매체도 TV, 영화에 그친다. 그래서 지자체가 균형 잡힌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케이팝(K-POP)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와는 별개의 예술적 욕구가 분명히 있다. 거리예술 중심의 공연예술축제는 거의 모든 곳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했기 때문이고 그 바탕에는 예술에 대한 갈증이 숨어 있다. 수원연극축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도 품위 있는 예술을 통한 심미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사실 이를 위해 좋은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축제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러니까 미래를 내다보는 새로운 실험들이 많이 이루어져 의미 있는 논쟁을 유발해야 한다. 이것이 축제의 목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문제작이 많은 ‘문제 있는’ 축제가 바람직한 공연예술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수원연극축제가 올해 행사를 통해 거리예술의 미래를 점쳐보는 가늠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감독님의 추천작은 무엇인가
“해외작품 6편은 모두 내가 섭외했다. 국내작도 일부 공모를 제외하고 내가 섭외했다. 작품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모두 소중한 작품들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두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이주형의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 비주얼씨어터 꽃의 <마사지사>는 형식 면에서 앞서 얘기한 문제작에 속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독특한 공연을 즐기는 기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랩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