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가이 브라운슈타인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일 저녁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듀오 공연을 펼쳤다. 빈체로 제공.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는 가이 브라운슈타인과 김선욱 듀오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열렸다. 브라운슈타인은 이스라엘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과거 13년간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하며 ‘사이먼 래틀 시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김선욱은 부연설명이 불필요할 만큼 명실상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두 사람은 2010년대 들어 파리, 베를린, 예루살렘 등지에서 여러 차례 실내악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6년 베를린 필하모니의 캄머무직잘(실내악 공연장)에서 선보였던 브람스 사이클은 듀오 파트너로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번 공연은 그때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두 사람이 다져온 파트너십을 김선욱의 고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브라운슈타인의 바이올린 음색이었다.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심도를 견지하면서 활 전체를 폭넓고 유연하게 사용하는 그의 보잉과 거기서 빚어지는 담담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이 완숙기 브람스 음악의 이미지에 썩 잘 어울렸다. 김선욱의 피아노는 굳이 자기주장을 부각하려 하기보다는 바이올린이 빚어내는 흐름에 녹아들 듯 어우러지며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한 편이었다. 다만 브람스에 일가견을 가진 피아니스트다운 적절한 음색과 신중한 타건, 중용적인 표현으로 바이올리니스트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겠다.
브라운슈타인은 첫 곡인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에서 힘찬 스케일보다는 서정적인 흐름에 방점을 찍은 듯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유려한 선율과 따스한 서정미로 충만한 아름다운 연주였지만, 한편으론 여유로움이 다소 지나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비의 노래’라는 부제로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에서는 보다 긴장감 있는 연주가 펼쳐졌다. 바이올린 선율의 굴곡과 기복도 한층 뚜렷해졌고, 피아노도 한층 적극적인 자세로 후반 두 악장에서 두드러지는 바이올린과의 미묘한 대립 양상을 개성 있게 부각했다. 가장 멋진 장면은 2부에서 연주된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에서 연출되었다. 두 사람의 호흡은 더욱 긴밀해져 곡의 진중하고 극적인 흐름을 효과적으로 빚어냈고, 특히 템포가 느린 악장에선 씁쓸한 고뇌와 감미로운 회상을 순간적으로 교차시킨 브라운슈타인의 절묘한 표현력이 인상 깊었다.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격조 높은 브람스 연주를 들려준 두 사람의 공연은 깜짝 앙코르로 막을 내렸다. 브라운슈타인이 직접 편곡했다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토스카>, <라 보엠>의 유명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였는데, 브라운슈타인의 한층 자유롭고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와 김선욱의 심포닉한 피아노 연주가 멋지게 어우러져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