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부근에서 발견된 약 1억년전 네발로 걷는 척추동물의 발자국 흔적들. 앞발이 뒷발보다 작고 간격이 좁다는 것을 보여준다.
1억년전 공룡과 함께 살며 네다리로 걸어다녔던 이 작은 동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선사시대 바위그림(암각화)로 유명한 경남 울주군 반구대 주변에서 1억년전 살았던 미지의 척추동물 발자국들이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해 3월부터 벌인 반구대 암각화 주변 학술조사 결과 국내에 알려진 적이 없는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고 5일 발표했다. 발견된 화석은 약 1억년 전 물과 뭍에서 네다리로 걸어가며 살았던 척추동물의 이동 흔적이다. 한 마리가 걸어가면서 뒷발자국 9개, 앞발자국 9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크기(길이)는 뒷발자국이 약 9.6cm, 앞발자국이 약 3cm다. 모든 앞발자국은 뒷발자국 바로 앞에 찍혀있고 앞발 좌우 발자국 사이의 너비가 뒷발 좌우 발자국 사이보다 좁다. 뒷발자국에 남은 발가락 숫자(5개)가 앞발자국에 남은 발가락(4개)보다 많고, 좌우 발자국 사이에 이 동물의 배를 땅에 끌며 이동한 자국도 드러났다.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을 확대한 모습이다. 오른쪽 앞발과 그보다 큰 뒷발의 발자국들이 잇따라 남겨진 흔적이 보인다.
이런 모양새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공룡, 악어, 도마뱀, 포유류 발자국 화석들과는 다르다. 국내에 보고된 전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으로 보인다고 연구소 쪽은 밝혔다. 연구소의 공달용 학예연구관은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간격이 좁고, 몸을 끈 자국도 보이는 것으로 미뤄 발이 작고 유선형의 몸체를 지닌 양서류나 파충류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그는 “공룡시대에 반구대 일대가 여러 종류의 육식, 초식 공룡뿐 아니라 다른 동물종들도 다양하게 공생하는 생태계를 이뤘음을 이번 조사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쪽은 전세계적으로 발견, 보고된 네다리로 걷는 척추동물류의 골격과 발자국 등의 화석 정보들을 모아 비교연구를 하며 반구대에서 나온 척추동물 발자국의 정체를 밝힐 계획이다.
주요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 형태와 걸음걸이를 비교한 이미지 그림.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반구대는 2013년 암각화 앞 암반에서 공룡발자국 81개가 무더기 확인된데 이어, 지난 5월에도 중생대·백악기의 육식·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30개가 발견되면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룡화석 유적지로도 주목을 받고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